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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Jan 15. 2017

여드름피부

나는 지독한 여드름박사다. 초등학교 6학년때 부터 하나 둘 나기 시작한 여드름이 내 얼굴에서 완전히 사라진 건 불과 몇 년전이다. 물론 중간에 잊고 산 적도 있었지만 이렇게 대를 건너서까지 끈질기게 나를 괴롭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 


중고생때 거울을 볼 때마다 여드름만 없으면 얼마나 완벽할지 안타깝고 속상했지만 그때는 청춘의 심볼이라고 하니 왠만큼 괴롭히다 저절로 사라질 줄 알았다. 평생 여드름 한개도 나 본 적없다는 엄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말만했고 여드름박사였다는 아빠는 여드름이 대수냐..였던 것같다. 그런데 대학생이 된 뒤로도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도 안되는 여드름을 특별히 사촌오빠친구 병원에서 보험치료를 받도록 조치를 하고 치료를 시작했다. 꽤 오랫동안 다녔던 것같다. 치료라고 해봐야 눕혀 놓고 여드름 짜 주고 소염제 항생제 처방해줬던 것같다. 그래도 한동안 치료받고 멀쩡한 모습이 되었고 나는 무척 행복했었다. 회사생활할 때, 언젠가 며칠 야근하면서 줄구장창 짜장면만 먹어댔더니 입주변으로 왕여드름 몇개가 올라왔고 그걸 보고 놀란 사장님이 야근 그만하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정작 본격적인 여드름전쟁은 임신을 하면서 부터 였다. 남들은 임신하면 얼굴에서 꿀이 떨어진다고 하던데 결혼만하면 여드름은 굿바이라던데 나는 임신을 하고 시작된 여드름이 정말 지독했다. 임신때는 임신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하고 애만 낳으면 좋아지리라 생각하고 치료를 안 받았다. 그런데 애를 낳고도 여드름은 나아지지 않았고 나는 이제 치료를 받을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방치되었던 피부는 둘째가 유치원에 가고 난 후에야 치료를 시작했고 좋아졌다가 치료를 끊으면 다시 나빠지다를 반복하면서 10년정도를 끌었다. 그 사이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지만 효과를 본 건 별로 없었다. 일단 스테로이드 항생제 로아큐탄은 부작용이 걱정되어서 먹지 않았다. 그러니 남은 건 좋다는 화장품 비누 팩 식단.. 뭐 그런거 였는데 아무 효과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우연히 em이라는 걸 알게 됐고 이걸 발효해서 얼굴에 발랐는데 거짓말처럼 여드름이 사라졌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동네친구가 나랑 거의 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친구도 em으로 효과를 봤다. 그 친구도 나도 이젠 여드름 안녕이다. 


그런데 여드름은 내 인생에서 사라져 주지 않았다. 아이들이 둘다 여드름피부다. 남편은 여드름 한번 나본 적 없다는 하얀 피부다. 그런데 아이들은 하얀 피부는 닮았는데 건조한 것도 닮았는데 그닥 지성피부도 아닌데 그런데도 여드름이 난다. 한가지 위안은 나보다는 심하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딸이 작년 겨울 방학때 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피부과를 다니게 됐다. 5회에 얼마를 주고 끊었는데 한 번 다녀오더니 너무 아프다고 안가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방학이 다 지나도록 5번을 채우지 못했다. 그걸 지난 여름 방학까지 겨우 다녔다. 그 후로 딸아이는 불평도 별로 하지 않는다. 아직도 몇개씩 나기도 하고 심해지다 좋아지다 반복하고 있다. 


아들은 고등학교때 좀 많이 나기도 하고 좋아지기도 하다 그랬는데 수능끝나고 동네 피부관리실에서 10번정도 관리를 받고 깨끗해진 얼굴로 서울로 올라갔는데 여름방학때 갑자기 여드름이 많아져서 피부과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게 했는데 몇주 후에 심한 장염이 왔다. 아프다는 전화를 받고 몸살인줄 알았는데 약을 먹어도 열이 떨어지지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마지막 기차를 타고 내려오라고 했더니 한 여름에 겨울 파카를 입고 왔었다. 당장 병원에 입원시켰는데 이틀을 열이 떨어지지 않아서 걱정을 많이 했었다. 거의 일주일을 입원했었고 아직도 장에 상처가 남았을거라고 생각이 된다. 그때서야 아들이 무슨 약을 먹었나 살펴본 남편이 엄청나게 센 항생제를 2주나 먹어서 장염이 온 것같다고 했다. 원래 우리 장에는 여러가지 유익한 세균도 많이 있어서 음식과 함께 들어온 나쁜 성분을 없애는데 항생제를 먹으면 장 속의 모든 세균이 죽어서 음식과 함께 들어 온 성분들이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애들이 어릴 때 감기등으로 항생제를 먹일 때 항상 유산균을 함께 먹였던 것이구나... 마지막 차를 못탔으면 다음날도 휴일이라 병원도 못 갔을텐데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난다. 여드름이 이렇게 웬수일 수 있나? 속으로 욕을 했다. 아들이 군대 갈 날자를 받아놓고는 너는 아마 군대가서 꼬박꼬박 자고 세끼 밥먹으면 아기피부처럼 깨끗해질거라고 했었는데 왠걸. 그나마 괜찮았던 피부가 한달 쯤 전부터 완전히 뒤집어졌다. 가장 심한 여드름이 난거다. 온 얼굴에 엄청난 화농성여드름이 뒤덮었다. 보기도 안 좋은건 물론이고 얼마나 아플지.... 그런데 남편은 절대로 항생제를 먹일 수 없다는 입장이고 아들은 뭐든 먹고 빨리 없애고 싶어 한다. 남편은 여드름이 죽을병도 아니고 좀 나면 어떻냐고 한다. 헐..  여드름 안 나 본 사람은 저렇게 태평일수 있나? 싶고. 아들은 보이지 않는 장 같은거 보다는 얼굴이 빨리 나았으면 하는가보다. 


처음에는 갑자기 났으니 뭔가 해결되면 또 금방 나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 다음주에 더 심해졌다.  집에 와서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서 알로에 젤 중에 제일 좋다는 아로마티카 알로에 젤하고 보습크림을 사고 약국에서 bha제품을 사다줬다. 그런데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계획을 세웠다. 아들은 지성피부가 아니니 bha보다는 aha제품이 더 효과가 있을 것같아서 아이허브에서 글라이콜릭애시드 토너 한병이랑 벤조일퍼옥사이드 2.5%제품을 샀다. 만약 각질이 모공을 막아서 염증이 생긴거라면 이 조합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만약 모공에 모낭충이 많아서 문제가 된 경우라면 항생제를 발라야 한다고 했다. 남편한테 항생제 연고를 사다달라고 하니 연고라고해도 먹는 약 못지 않게 흡수가 되고 다시 장염이 생길 염려가 있다고 걱정을 했다. 그래서 많이 바르지 않고 여드름 난데만 얇게 바르게 하면 될 거라고 설득을 해서 연고를 준비했다. 그리고 아들한테 먼저 벤조일을 삼일 발라보고 나중에는 연고를 삼일 발라봐서 네 여드름의 원인을 알아보자고 했는데 어제 아들하고 통화를 해보니 벤조일이 효과가 있는것 같고 연고는 바르고 한시간도 안되서 너무 너무 가려워서 싹 씻어버렸다고했다. 무슨일이지?? 하여튼 벤조일이 효과가 있고 더 이상 나지는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사는 김에 두개씩 사서 딸아이한테도 매일 저녁 발라주고 있는데 효과를 보고 있다.  


em발효도 했다. em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두가지다. em은 우리말로 유용한 미생물이라는 뜻이다. 한가지는 이 살아있는 미생물이 모낭충을 먹어버리는게 아닐까? 하는 것이고 다른 한가지는 모낭충은 알칼리를 좋아하고 산성에서는 살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 em에 들어있는 미생물중에서 가장 많은 미생물이 유산균이라고 한다. 그래서 em발효액의 냄새를 맡아보면 유산균의 시큼달큼한 냄새가 난다. 발효액이 산성일 것같다. 그래서 모낭충이 죽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남편은 항생제대신 써보자고 무조건 좋아한다.  내 유전자때문에 애들이 이렇게 고생하는걸 보니 진짜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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