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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Jan 17. 2017

눈에 띔

나는 기본적으로는 눈에 띄는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거같다. 누군가는 눈에 띄고 싶거나 혹은 다르고 싶다고 하던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눈에 띄거나 남들과 다르면 불안했다. 혼자가 편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고, 무리와 떨어져 있는 누군가는 으레 외롭겠고 틀렸겠다고 생각했다. 가끔 혼자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한 적은 있었지만 혼자 있고 싶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여태 나랑 좀 비슷한 배경속에서 one of them으로 살아왔다. 그들 중 한 명이기만하면 그들이 누군지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니가 대체 누구냐'고 물을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그저 그 많은 사람들이 틀릴리가 없을거라고 안도했다.  


요즘 나는 실제의 내가 여태 알고 있던 나랑은 좀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생각보다 많이 낯을 가리고 생각보다 내성적이고 생각보다 여리고 생각보다 남을 배려하고 생각보다 정의를 따지는 사람이 아닌가싶다. 그 모든 나의 특성은 용기없음이라는 한가지 특성때문에 묻혀있었다. 나는 눈에 띄고 싶지 않아서 쾌활했고 외향적이었고 강했고 내주장을 하는 척하다가 남들 뜻을 따랐다. 그 모든게 자연스럽지 않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제는 그런 모든게 내 진짜 피부처럼 떼어내기 힘든 자질이 되어버렸고 나는 이제 가끔 쾌활하고 외향적이었다가 문득 낯가리고 내성적이고 내 주장을 하다가도 갑자기 마음이 약해져서 밤새 남걱정을 하고 있다. 이 나이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어이가 없다가도 지금이라도 뚜벅뚜벅 걸어가보자는 심정이 된다. 생긴대로 살면 뭐가 어떻다고 힘들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면쓰고 힘들게 살면서 지켜진게 대체 뭔지 모르겠다. 


머리회전이 빠르고 옳고 그름을 따진다는 특성이 야물고 싸납다라는 특성으로 잘못 번역됐다. 어릴 때 엄마가, 고모가 그랬다. 나는 야물고 싸나워서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거라고. 그런데 나는 누구랑도 싸우고 싶지 않았고 누구를 이기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엄마가 고모가 나보다 옳을거라고 생각했고  싸나운 나를 확인할 때 안심했다. 그래 나는 이런사람이야. 맞아맞아.


이제 나는 남의 눈에 띄든 말든 상관치 않고 살고 싶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규정짓지 않고 그저 느껴지는 대로 살고 싶다. 말로는 쉬운데 실제로는 어렵다는거 안다. 그러니까 아마 확 바꾸지는 못할테고 조금씩 바꿀거다. 사람들이 흔히 그 사람 나이들더니 좀 이상해졌어. 달라졌어..라고 하던데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이들더니 달라지는 사람. 그게 그들 눈에 부정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나는 아마 조금 더 진실에 가까워지는 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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