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아들 엄마들 모임에 가니 그랬었다. 고등학교때는 만나면 대학가는 얘기만 하다가 대학 들어가면 군대가는 얘기만 하게 된다고. 정말 아들이 대학 들어가고 만난 모임에서는 항상 군대가는 얘기가 빠지지 않았다. 대학교 일학년이던 지난 해 아들을 비롯한 친구들은 모두 카투사에 지원을 했다. 내가 아는 한은 모두 떨어졌다.
발표가 나기 전까지 108배를 드리면서 카투사 붙여주세요 ...라고는 염치가 없어서 어디든 좋은 곳으로 가게 해주세요...라고 했었다. 사실 카투사가 좋았던 건 다른게 아니고 종종 일어나는 군대내 폭행사건이 없을 것 같아서였다. 여태 몸으로 고생하며 살아오지 않았으니 몸이 힘든건 어쩌면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으니 굳이 마다할 것은 없지만 인격적인 모욕이나 폭행만은 게다가 심한 경우 자살까지도 그리 흔치 않은 일은 아니라는게 제일 걱정이었다. 그래서 카투사가 되길 원했지 누가 아들 몸만 상하지 않는다고 보장만 해준다면 육군졸병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들은 카투사도 떨어지고 급한대로 공군에도 지원을 해봤지만 마침 모집조건이 바뀌는 바람에 그것도 잘 안됐다. 그리고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해서 육군에 지원했고 걱정을 많이했지만 다행히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부대로 배치를 받았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부대다. 사이에 갑천이 있어서 돌아가느라고 그나마 15분이지 실제로는 부대문을 나서면 우리 아파트가 보일 지경이다. 그 곳에서도 행정병이라서 불침번도 없고 격한 훈련도 별로 없는가보다.
잊고 있다가 내가 108배 드렸던 걸 기억해냈다. "와... 진짜... 내가 기도한 대로 됐어. 나는 카투사보다도 네가 여기 가까이에 와 있다는게 더 좋아". 라고 했더니 아들은 엄마가 기도해서 자기가 엄마한테 좋은 곳으로 배치를 받았나보다고 한다. 폭행이나 괴롭힘은 전혀 없지만 일이 많아 야근도 하고 회의자료 만드느라 새벽 2-3시까지 일을 한다고 피곤하다고 투덜댄다. 헐.. 진짜?... 딱 기도한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