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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부 Feb 12. 2016

지루함이란?

욕망의 원인과 대상

파스칼이 이랬다고 한다

"인간의 불행은 누구라도 방에 꼼짝않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난다. 그저 방에 가만히 있으면 좋으련만.  당최 그러지를 못한다 그래서 굳이 스스로 불행을 초래한다"


파스칼은 토끼사냥을 가는 사람이 원하는게 과연 토끼일까? 궁금해서 토끼사냥을 가는 사람을 만나면 ' 토끼사냥을 가시나요? 여기 토끼 가지세요' 하면서 토끼를 건냈고,  상대방은 불쾌해 하면서 ' 별 .. 시덥잖은..'  이라고 화를 내면서 가버리더란다. 


진정 원하는 것은 " 자신들이 불행한 상태에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마음을 달래주는 사건" 임에도 인간은 토끼를 손에 넣는 일에 진정한 행복이 있다고 생각해버린다. 즉, 토끼는욕망의 대상일 뿐이고 욕망의 원인은 방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방에 가만히 있지 못한다는 말은 지루함에 괴로워하고 있다는 말이다. 


인간이 이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절박하게 노력하는지 ..인간은 지루해지지 않기 위해 재물은 물론이고 급기야 목숨까지도 바친다. 도박에 빠진 사람이 진정 원하는게 돈일까? 전쟁을 일으키는 마음도 따지고 보면 지루함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 지루해 지지 않는게 목적이라면 무슨 일을 하든 그건 그냥 수단일뿐인가? 도박을 하든 공부를 하든 지루하지만 않으면 되는건가?


 '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 했는가?' 라는 책 제목을 봤을 때  나는 사막의 오아시스를 찾은 기분이었다.  올해, 나는 공부를 시작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자세히 보면 공부에 대한 열정이 아니라 내 생활의 지루함이었기 때문이다. 


전업주부인 나는 애들이 커가면서 점점 여유시간이 많아졌고 그 시간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면 지루했고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래서 오랫동안 궁리해서 고른게 공부였다. 마음한구석에는 지루함이  공부를 하는 이유가 되나? 이런 식으로 골라 잡은 공부는 곧 중도포기하게 되는게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웅크리고 있었다.


 다른 많은 것중에 왜 공부인가? 에 대해서, 그리고 꼭 해야하는 일인가? 에 대해서, 아무것도 안하면  뭐가 어떻나? 하는 많은 생각들이 뒤범벅인 상태였다. 아무리 궁리해도 내가 공부를 시작하겠다는 결심의 근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 지루함밖에는... 


'고쿠분고이치로' 의 책은 끝까지 흥미진진하지만 나에게 공부를 하라거나 하지 말라는 직접적인 조언은 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들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준다.


 간만에 고마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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