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결혼

by 김주부

나는 네가 좋은 회사 다니고

여우랑 토끼랑 알콩달콩 사는 것보다

가슴 뛰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살아보니

여우랑 토끼랑 살면서 가슴도 뛸 수는 없는 것 같더라. 기꺼이 여우굴로 걸어 들어가는 너를 보면서 난 아슬아슬하다.


나 또한 늑대 마리 잡아다가 말 듣는 여우로 길들여 놨으면서도, 대충 살아버린 인생이 아쉬운 나이가 되고 보니 너를 통해 그런 인생을 구경해보고 싶다. 주머니는 가벼워도 하고 싶은 거 다하고, 가고 싶은데 다 가보고, 만나고 싶은 사람 다 만나는 인생.

그런 인생 겁나니?


넌 얼마든지 가슴 뛰는 인생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왜 여우굴로 들어가니? 비바람도 치지 않은 화창한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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