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당신 인생에 극강의 버프 효과를 줄 수도 있다.
지난주 토요일에 미팅을 갔었는데 (그렇다 나는 토요일에도 일 하는 사람이다) 재밌는 사실 하나를 알았다.
ENTJ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스마트 워치를 끼고 취침을 한 다음, 자신의 수면 시간을 확인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자신이 얼마나 게으른 인간이었는지 셀프 체크를 한다는 것이다.
다음 공통점은 본인은 '놀았다'라고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전혀 놀지 않았다는 것이 재밌는 사실이었다. 나는 비교적 최근에 그 사실을 깨달았는데, 쌉T인 우리 보조작가가 "또 일 할 거면서 놀았다고 하지 마세요."라고 해서 반박하다가 역으로 반박 당해서 깨달았다.
아래는 그에 관한 에피소드를 다룬 만화다.
(예전에 그렸던 만화인데 가져와봄)
암튼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보통 미디어에서 ENTJ들은 이런 식으로 묘사 된다.
일에 미쳤고, 일 밖에 모름
윗사람들한텐 개기며, 아랫사람들에겐 잔인함
효율을 중시하고 감정을 모르는 미친 독재자
그리고 ENTJ 관련된 콘텐츠를 보다 보면 댓글에 ENTJ들은 없고 그들에게 혹사 당한 피해자 모임이 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반응은 20:80 정도의 비율로 나뉘는데.
너무 힘들었다. 다시는 같이 일 하고 싶지 않다. (80)
진짜 개같았는데 배운 점은 많았음. (20)
그리고 이걸 보면서 또 깨달은 것은 나는 뼛속까지 ENTJ라는 것이다.
댓글들을 보면 주로 INFP나 ISFP가 꽤나 많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그들의 주장은 대체로 '~해서 ~했는데 ~라고 해서 엄청 속상했음'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여기서 나는 뒷부분의 '속상했음'보다 '~해서 ~했는데'에 집중했다. 이것은 타고난 T의 속성으로, '나 우울해서 빵 샀어'에서 감성 관련된 문제인 '우울'보다는 사고과 현실 팩트 관련된 문제인 '빵 샀어'에 집중하는 형태와 맥락이 동일하다.
~해서 ~했는데.
여기서 드는 생각은 '그럼 ~하지 그랬어'였다.
미안하지만······ 다시 말해서 '그럼 일을 좀 잘 처리하지 그랬어······.'가 된다.
(정말 미안합니다. F님들)
나를 거쳐간 수많은 보조작가들은 현재 같이 일하고 있는 보조작가를 제외하면 모두 쌉F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아직도 대부분 잘 연락하고 지낸다. (내가 먼저 연락 안 함 ㅠ 부담스러울까봐)
뭐,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미지수이다. 실제로 나를 '그래도 좋은 사람이었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개같은 상사였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다들 내가 너무 아꼈고, 그래서 더욱 닥달했고(?), 잘 됐으면 좋겠어서 몰아붙인 적도 있다. 그래서 그만두겠다 했을 때도 (그만 둔 것은 모두 다른 사정이었다. 결혼이라든지, 집안 사정이라든지, 현실적인 이유라든지, 작가 일이 너무 힘들다든지) 참 마음이 아팠다.
나를 떠나서 마음이 아픈 게 아니라 '저 재능을 썩히는 게 너무 아깝다!!!!!'의 관점이었다 (ㅋㅋㅋ)
이유가 뭐였든, 날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나에게 위로가 되는 점은 이들이 내가 정말 필요할 때 연락을 한다는 것이다. 나와 일하지 않더라도 작가 일을 계속 하는 사람은 작가 활동 관련해서 SOS를 칠 때 가끔 나한테 연락을 하는데, 그게 참 뿌듯하다.
그래도 내가 이 일 관련 분야에서는 이 사람에게 계속 도움이 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안부 인사를 묻는 연락에도 참 고맙다. 인간적으로 나를 기억해준다는 사실이 내가 아무리 얘를 몰아붙였어도 (ㅋㅋ) 내가 '밉지는' 않은가보다-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연락을 아예 안 하는 작가들도 있다. 두 명 정도인데, 이들은 자신들의 커리어를 위해 내 뒤통수를 먼저 치고 내 작품에 큰 악영향을 끼치고 나간 산업 스파이(?) 같은 녀석들이었고, 양심이 있는지 연락을 하진 않는다. (이 뒤통수 사건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보실 수 있음)
그래도······ 이들은 뒤통수를 칠 때 나에게 울며 미안하다고 하고 떠났다. 난 추잡하게 보이기 싫어서 "그래. 이왕 그렇게 갔으면 꼭 성공해라. 그동안 나랑 일 하느라 고생했다."라고 말하고 뒤돌아 섰었다. (이후 집가서 엉엉 울었다 ㅋㅋㅋㅋ)
지금 같이 일하는 주요 작가들(작가팀 작가들 중 가장 접점이 많은 작가들)은 극F 한 명과 극T 한 명이 있다.
난 19살 때부터 한국에 아직 들어오지 않아 MBTI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열심히 혼자 MBTI를 공부했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19살 때부터 ENTJ가 나왔고 중간에 잠깐 ENTP가 되었다가 현재는 INTJ가 번갈아 나오지만 그래도 핵심은 ENTJ인 사람으로서, 이 공부는 F들을 이해하는데에 아주 큰 도움을 주었다.
물론 아직 부족한 점이 많긴하다. 극 F인 작가님과 일 관련으로 통화를 할 때, 자꾸 안부인사부터 묻는 걸 깜빡한다든지 그 작가님한테 좀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 위로부터 건넨다든지 하는 것들을 종종 까먹을 때가 있다. 그러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그래도 뭐, 이정도면 ~~~하니까 다음에 ~~~게 하면(도출된 결론에 따라 손익을 따지다가)
······그래도 속상하긴 하네요!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급하게 작가님의 감전선을 신경써봄)"
급선회를 하는 게 티가 나겠지만 그래도 내 노력을 알아주셨으면······ 쌉T의 피나는 노력을······.
다른 극T 작가는 함께 하는 게 참 편하다. 아래는 단편 소설집을 쓸 때 쌉T 작가와 실제로 했던 대화이다. 나와 다른 베테랑 작가님, 그리고 이 보조작가의 데뷔작으로 단편소설집을 같이 쓰게 되었는데, 자기만 신인이어서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고 있던 상황이다.
(보 - 보조작가)
보 : (ㅠㅠ) 제가 너무 못해서 작가님이랑 00 작가님한테 큰 피해를 줄까 너무 무서워요.
나 : 니가 언제 잘한 적은 있어?
보 : ?!!?!
나 : 아무도 너 잘한다고 기대 안 해.
보 : !!!!!! (헉 그렇구나)
나 : 그니까 걍 열심히만 해. 어차피 내가 다 봐줄텐데.
보 : 맞아······! 난 처음이니까 당연히 못하지······! (작가님이 내 똥을 다 치워주겠지)
나 : 나대고 있어 ㅋ
* 참고
이 일화를 말해주면 F들은 자기들이 들은 말이 아님에도 벌써 눈을 그렁그렁거린다. 하지만 이때 쌉T인 저 작가는 엄청난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그럴 것 같아서 일부러 저렇게 말했다. F들한텐 저렇게 말 안 한다)
주절주절 앞 이야기들이 매우 길었는데, 나의 요점은 이거다.
ENTJ들은 괴물이 아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일 뿐······.
주변에 ENTJ들이 많은 편인데(혹은 자기가 그렇다고 주장하는) 다들 자기 사람들에겐 끔찍이 사랑을 베푸는 경향이 있다. 일단 내 사람이라는 판단이 되면 그 사람이 무슨 똥을 싸도 기분 변화 없이 다 치워주려고 한다. (물론 자신이 정해놓은 선이 있긴 하지만, 범죄를 저지르거나 너무 멍청한 게 아닌 이상 그 선을 넘기는 어렵다)
반대로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을 하면, '알빠노' 마인드가 된다. 심지어, 오히려 친절해지고 다정해지는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이게 종종 오해로 쌓여서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상대방은 '저 사람 생각보다 따뜻하다!'라고 생각하는데 ENTJ들은 '아 왤케 귀찮게 함'이 되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ㅠㅠ) 나 요즘 ~~ 때문에 너무 힘들어"라고 했을 때 ENTJ들의 대답은 이런 식으로 갈린다.
"오구 그랬구나. 힘들겠다. 지금은 좀 괜찮아? 맛있는 거 먹구 힘내. 재밌는 영화 한 편 봐!"
>>> 관심 없는 사람.
"왜 그랬는데? 이유가 뭔데? 어떻게 해결할 건데? 언제까진데? 그러게 잘 좀 하지 그랬냐."
>>> 관심 너무 있는 사람. ENTJ에게 뽀뽀를 받을 수도 있으니 주의.
이건 일종의 애정표현이다. 부드럽고 말랑한 사람들처럼 감정이 가득 담긴 위로는 못하지만, 그래도 ENTJ들은 그들을 위해서 자신의 인생을 다 바쳐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양손에 고무장갑을 끼고 뛰어들 마인드 셋팅이 되어 있다. 아마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것이다.
여기까지 읽었는데도, 아직 ENTJ들이 왜 그딴식(?)으로 행동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든가, 아니면 자신이 겪은 ENTJ들은 저렇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것은 두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1. 가짜 ENTJ를 만남 (지가 걍 싸가지 쳐 없는 걸 ENTJ라는 허울 좋은 핑계를 대는 놈들이 있음)
2. 당신이 그 ENTJ에게 뭔가 잘못을 했음 (자신의 일을 너무 크게 방해했다든지, 일을 못했다든지······ 암튼 일 관련으로)
ENTJ의 본체는 악마가 맞다. (인정한다) 하지만 그 악마화 발동이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되느냐, 혹은 적에게 되느냐가 문제인 것 같다. 이건 그 ENTJ의 인간적인 성숙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ENTJ들을 너무 미워하지 말길 바란다. 그들에게 픽 된다면, 당신은 인생에 닥친 그 어떤 문제도 이들의 도움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극강의 버프 효과가 생긴다고 난 장담한다.
자존감이 높은 ENTJ를 만났다면 분명 채찍질을 당할지언정, 당신의 인생이 발전하지 않을 순 없을 것이다. 그러니 옆에 있는 ENTJ를 백분 활용하도록 하라. 기꺼이 그 활용과 이용에 당해주며 그것을 도파민으로 여길 미친놈들이 바로 ENTJ들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