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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진희 May 22. 2020

나의 인생 돌아보기

싱가포르에 적응하기 - 15세에서 21세까지(PART 1)

싱가포르는 이젠 많은 한국인들이 오가고 살고 일하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 아마도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이 아닐까 싶다. 재외 한국인 인구도 꽤 많아졌을 것이다. 내가 90년도에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로 건너가 살게 된 당시는 한국인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거로 기억한다. 싱가포르 한인교회에 모이는 한국인들이 전부였고 그래서 다들 서로 금방 알고 지내게 되었었다. 게다가 나는 이미 까무잡잡한 외모에 말레이어와 영어도 구사해서 그런지 한 번도 '너 한국 사람이니?'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현지인과 잘 어우러졌었다.


말레이시아와 달리 싱가포르는 학업 경쟁이 치열한 이다. 중학교에 전학해 공부를 다시 이어가게 되었는데, 싱가포르 교육 시스템은 좀 달랐다. 초등 6년 후 중학교에 들어가면 고등학교 과정까지 함께 이뤄지는 방식으로, 학업 성과가 좋은 학생은 4년 만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칼리지에 들어가게 된다. 그렇지 못한 학생은 5년을 다녀야 한다. 칼리지는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인데, 수준이 꽤 높은 2년제 학교로서 졸업 후 대학교로 입학하거나 사회 진입을 하게 된다. 칼리지 종류도 꽤 많은데, 말 그대로 College라고 불리는 학교는 고등학교 3학년보다 좀 높은 수준의 학교라고 보면 되고, 직업군 또는 전공을 선택해 공부하게 되는 Polytechnic은 기술대라고 보면 된다.


이때부터 나는 무엇보다 학업에 몰두해서 지냈다. 말레이시아 살 때처럼 여유롭게 놀러 다니면서 마음 편하게 공부하지 못하게 된 게, 워낙 싱가포르 학교 수업이 촘촘하고 어렵고 시험을 대비해서 시키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잡기 위해서 수학과 영어 과외도 받게 되었다. 내가 가장 어려워하고 못한 게 수학이다. 이사를 다니며 교육 시스템이 자꾸 바뀌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그냥 이해가 느리고 흥미가 안 생겨서 그럴 수도 있겠다. 다행히 아버지는 싱가포르에서도 미술을 꾸준히 할 수 있게 화가 선생님을 찾아주셨고 주말마다 그림 그리고 쉬어가며 학교 생활에 적응했다.


싱가포르 학교에 들어가 느꼈던 특징 중에 또 하나는 중국인, 아니 중국계 아이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곧 알게 된 사실은 중국계 싱가포르인 리콴유 수상이 세운 이 나라는 중국에서 이민 온 세대의 다음 세대들이 국민이 된 나라이기 때문에 중국계가 많다. 마찬가지로 주변 국가에서 이민 와서 정착한 말레이, 인도, 등의 다양한 계열의 사람들도 국민 인구의 일부가 되었다. 즉, 대다수가 중국인이 아닌 싱가포르인 중국계열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친해진 몇몇 학생들은 나와 영어로 대화하다가 중국어로 대화를 했는데, 하도 듣다 보니 중국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학교에선 제1언어가 영어이고 제2언어를 선택하게 되는데, 나는 말레이어를 선택했기 때문에 중국어를 정식으로 배우진 못했다. 지금 드는 후회는 부모님이 이때 중국어를 배우게 해 주셨다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다. 나중에 왜 내게 중국어를 가르치지 않았냐고 여쭤보니, 벌써 3개의 언어를 배우는데 거기다 더 추가하면 너무 힘들까 봐 안 시키셨다고 하셨다. 쩝. 아쉽다.


아이가 있으신 분들에겐 이 부분은 알려드리고 싶다; 어릴 적에 최대한 많은 언어에 노출시켜 주시라고. 어릴 때 배운걸 다 유창하게 못해도 괜찮은 이유는, 어릴 때 기본만 배워두면 유연한 시기의 뇌에 적응이 된 언어라서, 나중에 자신이 원하는 언어를 골라 더 세련되게 확장시키기 훨씬 쉽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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