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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아 Jun 12. 2017

#10. 불편함의 미학.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실천에 대하여

   "비닐봉지에 넣어드릴까요?"

   "아니요. 그냥 가져갈게요."


   "빨대 필요하세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최근에서부터 내 삶에 [불편함의 미학]을 하나씩 실천 중이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과잉 편안함이 끼치는 여러 결과들을 생각해보게 되면서부터, 최근 미세먼지로 인해 내 삶의 수준이 급격히 낮아지는 것을 경험하면서부터.

   위 두가지 물음은 우리가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과자 한두 봉지를 사도 비닐봉지에 넣어서 들고 가는 게 편하니깐, 우유 한 쪽면을 열어야 하는 순간의 번거로움을 피해 빨대를 사용하는 게 더 편하니깐.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무의식 중에서도 더 편한 방식을 종용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이러한 물음들 앞에 어떠한 생각의 필터링 없이 비밀봉지와 빨대를 사용해왔음을 고백한다.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날 둘러싼 환경과 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은 채 말이다. 그 어느 누구도 비닐봉지가 썩기 위해서는 40년이란 시간이, 플라스틱 빨대가 썩기 위해 80년이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아냐고 묻는 사람은 없었기에. 분해되는 과정에서 테프론, 비스페놀A, 스티렌다이머와 같은 유해물질들이 발생하고 그 오염된 물질이 결국 우리가 마시는 식수로 흘러 들어간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는 사람은 없었기에. 이렇게도 일상생활 속에 내가 하는 사소한 행동들이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꽤 최근이었다. 더 편리한 것이 미덕인 사회, 무심코 더 편리한 것을 당연한것 마냥 선택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습의 이면에는 고통받는 자연환경과 생명체의 모습이 있었다는 것을.




바다 거북이 코에 낀 플라스틱 빨대를 꺼내는 모습 (자료출처 : 유투브 동영상)


환경오염으로 인해 인간조차 고통받는 시대.


   위의 동영상은 바다 거북이 코에 박혀있는 플라스틱 빨대를 꺼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거북이 팔을 두 명이 양쪽에서 잡고 있고 한 남성이 7분간 안간 힘을 쓸 정도로 빨대가 깊숙히 박혀 도통 빠지지 않는다. 도대체 이 바다 거북이는 빨대를 코에 꽂은 채 몇 년이란 세월을 보냈던 것일까? 사람이 장난으로 빨대를 꽂은 것일까, 아니면 우연히 빨대가 코에 껴서 이를 빼내기 위해 허우적거리다가 더 깊이 빨대가 꽂힌 것일까...... 충격적이었다. 2년 전에 처음 보았던 이 동영상은 인간의 문명이 - 공장의 폐수뿐만 아닌 실제로 내가 사용하고 있는 물건들이 - 다른 생명체들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초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의 텍스트와 흑백 이미지로만 배웠던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아닌 생생한 영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거북이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기에 더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이 충격요법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가슴아픈 순간도 잠시, 난 바다 거북이를 잊은 채 내가 살아왔던 익숙한 방식대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잊혀졌던 거북이 동영상의 장면이 다시 떠오른 건 2017년 올해 서울에서 맞이한 봄이었다. 회색 빛의 뿌연 하늘과 그 속에 텁텁한 공기 - 그리고 그 안에서 호흡하며 살고 있는 내 일상으로부터였다. 멀리 바다 거북이만 고통받고 있는 줄 알았던 일들이 내 삶 속으로 훅 찾아왔던 것이다. 2년 전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만리장성을 올라가겠다고 미세먼지로 유명한 도시 베이징에 놀러간 적이 있다. 마스크를 열심히 끼고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도착한 다음날 난 바로 폐렴에 걸려 40도가 넘는 고열과 통증으로 고생을 했다. 그 경험으로 인해 난 '깨끗한 공기의 중요성'을 몸소 잘 알고 있었던 터, 올해 봄부터 지금까지 난 미세먼지가 높은 날이면 유난스러울 정도로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 중이다. 모든 만물이 다시 소생하는 봄 - 더이상 길가에 핀 라일락 향기와 풀잎 냄새를 맡기위해 숨을 흠뻑 들이마쉴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서글프게 했다.

   10㎛ 이하의 마이크로 입자로 미세하여 콧털과 코의 점막으로도 필터링되지 않고 바로 폐로 들어간다는 미세먼지 - 공장의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발생하는 화학적 입자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입자들(꽃가루, 소금입자, 미생물 등등)이 결합하여 미세먼지를 구성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정의하였으며 '대기 중 미세먼지가 10㎍/㎥ 증가하면 어떤 형태든 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22% 높아진다'는 논문이 작년 한 영국 학회에서 발표되었다. 영국의 산업혁명 시절 공장의 매연으로 인해 미세먼지가 급격히 높았던 당시, 이로인해 조기사망자가 동시에 늘어났다는 사실은 미세먼지와 질병발생률 및 조기사망률과의 관계성을 역사 속에서 이미 증명해주고 있다. 마스크를 껴야 외출이 가능한 사회, 따뜻한 날씨와 자연을 즐기며 밖에서 조깅을 하는 것이 더이상 건강한 활동이 아니게 돼버린 사회. 그리고 환경오염으로 인해 삶의 모습이 변해버린 나의 모습 - 문득 동영상 속 거북이의 모습이 지금 내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뿌연 도시의 하늘 - 차마 테라스에 앉지 못하고 실내 창문너머로 먼 산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올해 봄 어느날.

   그런 이유에서 난 무심코 취했던 나의 행동들과 선택들을 좀더 민감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먼저 시작한 생각의 흐름은 '그 동안 나는 왜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없이, 환경에 대한 책임의식 없는 삶을 살아왔었는가'에 대해 자문하기 시작했다. 부끄럽게도 내 삶 속에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실천해왔던 행동들이 하나도 없었다. 유일한 행동은 분리수거였는데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의무적으로 실천해야하는 행동 아닌가. 결국 나는 모든 행동과 선택들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의식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내 삶을 책임있게 돌아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로 고통당했던 올해 봄을 지나온 뒤에야 비로소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사실 부끄러웠다. 이는 대의적인 동기보다는 나의 이익을 전제로 출발한 생각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왜 나는 환경에 대한 책임의식이 부족한 삶을 살아왔던 것일까? 어쨌든 죄책감이 든 나의 마음을 달래줄 만한 이유가 필요했다.




편리한 것이 미덕인 사회.


   첫번째로 경제발전을 위해 환경파괴를 사회적으로 용인해왔으며 그러한 논리를 교육을 통해 습득해왔다는 점에서 나의 부족한 책임의식을 찾았다. 분명 [자연]이란 과목을 배웠지만 그 과목은 사실 나에게 국영수 외 중요하지 않은 열외과목으로 기억될 뿐이었다.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체험활동이 부족한, 교실에서 그저 책으로만 배우는 하나의 귀찮은 과목이었으니깐. 초중고등학교를 보내면서 매년 '환경오염의 원인 또는 결과'와 관련된 시험문항을 접했지만 정작 성인이 되어 내 삶 속에 환경을 보호하며 살아가는 책임의식을 함양하진 못했다. 혹은 분명 배웠지만 그 동안 딱히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없었을 수도 있겠다. 또한 환경오염과 관련된 마지막 내용은 언제나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환경파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뉘앙스였다. 그렇게도 난 고등교육이 끝난 31세란 나이에 환경을 생각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있다.

   경제발전 앞에 환경이 희생되는 가치가 용인될 수 있었던 기저에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가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돈에 우선시되며 돈의 가치에 의해서 모든 것들이 평가받는, 그리고 환경마저도 돈으로 계산되는 자본주의의 논리 - 이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구매(Consumption)가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영향력있는 행동으로 평가받게 된다. 또한 소비자의 구매행동은 철저히 [가격]과 [편리성]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매연을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디젤차량이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자동차보다 연비가 좋고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전기 충전소가 아직 많이 보급되어 있지 않아 '불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우리는 디젤차량을 선호한다. 좀더 강력하고 좀더 쉽게 때가 벗겨지는 신제품 세재를 구매하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돈을 준다. 이러한 자본주의 논리 속에서 소비자는 더 편리한 제품을 선택하며, 기업들은 좀더 높은 편리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한다. 이러한 소비자와 생산자의 모든 과정 속에는 우리 사회와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철저히 생략되어 있다.


쉽게 와닿지 못하는 자연의 가치.


   두번째 이유로 자연이 줄 수 있는 가치에 대한 경험과 이해의 부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나라의 도시들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것은 그들의 삶 속에 자연이 제공하는 가치가 매우 크고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처럼 길가에 드문드문 심어진 가로수나 아파트 단지에 조경을 목적으로 인공적으로 심겨진 나무가 아닌, 자연으로 푸욱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숲과 공원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집 근처의 작은 공원에서부터 도시 중심에 커다랗게 자리한 숲,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면 펼쳐지는 대자연의 모습들까지 - 그들의 삶에 자연이 제공하는 가치는 땅 덩어리 좁은 대한민국에서 느끼며 살아온 것과는 천양지차였다. 우리에겐 그동안 자연이란 일상생활 속에서 항상 접할 수 있는 환경이라기보단, 도시 밖으로 멀리 나가야만 접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을까? 그런 심리적 거리가 우리의 삶 속에서 환경을 좀더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물로 작용하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산업사회 경제성장의 추축이 된 선진국의 대도시들의 경우 일찌막히 도시계획에 의해 인공 숲을 조성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시카고(Chicago)이다. 시카고 다운타운에 위치하고 있는 밀레니엄 파크 공원은 20세기(1977년) 시카고 시민단체의 제안으로 출발해서 방치되었던 철로부지와 주차장을 현대적인 공원으로 탈바꿈한 사례이다. 20세기에 만든 공원임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오늘날까지도 그 현대적인 감각을 지닌 여러 조형물들이 공원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하늘을 긁을 만큼 높아서 'Skyscrapper'라고 불리는 고층빌딩 - 그 건물들이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는 시카고의 도심이 그리 삭막하지 않은 것은 도시 중심부에 흐르고 있는 자리하고 있는 시카고 강(Chicago River)과 밀레니엄 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도심에 존재하는 숲은 정서적인 안정과 함께 에너지 절약, 공기 질 개선 등으로 연 1,000만 ~ 1,300만 달러의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있을 만큼 도시 거주민들의 삶의 수준에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

   * 출처 : 경향신문 / 2017년 6월 발행기사 '연기 대신 녹색' 트럼프가 간과한 피츠버그의 '오늘'

시카고 밀레니엄 공원의 모습 - 퇴근 후 공연장에 모여 하키경기를 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대학교 미국에서 인턴을 하던 시절 시카고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당시 내가 본 시카고 사람들은 그렇게 도시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먹고 마시고 휴식하고 뛰놀고 있었다. 숲은 그들의 삶의 일부분이었다. 이렇게도 도심 속에서 자연을 경험하고 놀이터삼아 놀아본 아이들이 커서 자연을 생각하고 아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들은 도심 속에서도 자연에 익숙했고 자연을 사랑했으며, 자연이 주는 긍정적인 가치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삶 속에서 환경 생각하기.


   자, 그렇다면 우리는 좀더 환경을 배려하는 행동들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먼저 이 실천방안에 고민하기 전에 마음 속에서 드는 물음이 하나 있었는데 '과연 한 개인으로서 취하는 행동들이 실제로 환경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개인의 행동으로 인해 변화하는 효과는 미미할 수 밖에 없고 실제로 효과를 측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중국으로부터 날라오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외교적인 협상이 필요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적 시스템과 법안들을 갖추는 것이 더 확실한 해결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행동들을 안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결국 개인의 선택의 문제겠지만, 한 개인의 행동이 미약하게나마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좀더 무게를 두고싶다. 또한 개인이 여럿으로 모인다면 좀더 큰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나비효과 이론처럼 말이다. 또한 자신의 자녀세대가 환경오염으로 인해 병에 걸리거나 고통받지 않도록 다음 세대에 덜 오염된 환경을 물려주는 것도 - 적어도 그러한 노력을 하는 것이 우리 세대가 해야할 역할이 아닐까?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하기.

  

   한 개인이 환경을 생각할 수 있는 행동 중 하나가 먼저, 자신이 구매하는 제품이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생각해보고 소비하는 일이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구매행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개인이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행동이다. 가격이나 편리성에만 초점을 맞춘 구매가 아닌 이제는 좀더 환경을 생각하는 구매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조금은 효과가 덜해서 불편할지라도, 몇 천원 더 비싸더라도 환경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그 제품을 선택하는 구매 - 분명 이러한 생각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구매활동에서 적용했던 기준들과는 다른 방식을 요구한다.    

   최근 몇몇 기업들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자신들의 고유한 가치로 생각하는 사례들을 엿볼 수 있다. 내가 소개하고 싶은 기업으로 영국의 러쉬(Lush)가 있다. 러쉬매장 근처를 지나가다보면 항상 좋은 향기가 난다. 그들의 독특한 향기와 형형색색의 비누들로 하여금 러쉬라는 이미지를 금방 떠오르게 하지만 사실 알고보면 그들의 제품은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긴다. 이러한 가치를 실행하기 위해 그들은 오히려 자신의 제품들을 소비자에게 더 불편하게, 덜 매력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과대포장을 줄이고자 비누는 낱개로 이쁘게 포장되어 있지 않으며 구매할 만큼 잘라달라고 요청을 해야한다. 그들의 샴푸바는 비누형태로 되어있어 플라스틱 용기를 발생시키지 않으며 화학적 계면활성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수질생태계를 덜 파괴시킬 수 있다. 다만 거품이 풍성하게 나지 않고 머릿때가 완전히 사라진 뽀득뽀득한 느낌을 주진 못한다. 어쩔 수 없이 용기가 필요한 제품들은 재활용한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반짝거리지도 않고 많은 경우 검은 색이다. 그들은 동물실험을 반대하고 그렇기에 동물실험이 필요한 수준으로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하려고도 생산하지도 않는다. 분명 러쉬는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제공하며 기존 기업의 생산가치를 완벽하게 거스른다. 하지만 이들의 기업가치는 소비자로 하여금 좀더 환경을 생각하는 구매를 참여하게끔 하며, 소비자는 그들의 생각과 이러한 기업문화에 열광한다. 물론 이또한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과대포장을 하고 더 강력한 제품을 개발하고자 동물실험을 하는 기업보다는 더 나은 기업임을 부인할 순 없다.

영국 런던 러쉬매장의 모습 - 구매하고 싶은만큼 비누를 잘라서 종이포장을 해준다.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부터 시작하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매행위만큼 한 개인이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은 없지만 구매 외에도 내가 사용하고 버리는 크고 작은 행동들로부터 환경을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환경을 생각하고 보호하는 일이 결코 환경 운동가만이 하는 일인가 - 우리의 작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환경을 생각하는 행동들이 모두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다. 오늘부터 사소한 행동들에서부터 좀더 환경을 배려할 수 있는 선택이 있을지 내 삶을 찬찬히 살펴보는 건 어떨까? 얼마 전부터 의식적으로 내 삶에서 실천하고 있는 행동들에 대해 소개해본다면,


   1. 과대포장된 제품이나 환경생태계를 파괴하는 제품 구매 '덜'하기

   2. 비닐봉지는 사용하지 않고 에코백 들고다니기

   3. 빨대와 같은 일회용품 '덜' 사용하기

   4. 까페에서 음료를 시킬 때는 머그컵에 달라고 요청하기   

   5. 과대포장된 제품이나 환경생태계를 파괴하는 제품 구매 '덜'하기

       - 화장품이나 인스턴트 음식들에서 과대포장된 제품을 많이 발견한다

       - 클렌징 제품에 많이 들어있는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들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양동물들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고 한다

   6. 음식찌꺼기 물로 흘려보내지 않기

       - 물에 들어있는 음식찌꺼기를 완벽하게 정화하는데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물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한다


   위 여섯가지 항목을 살펴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어떤 행위를 '절대'하지 않기로 정했다기 보다는 '덜'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춘다는 사실이다. 너무 반대되는 급진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결국 지킬수 없는 실천사항을 만들기보단,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변화할 수 있는 것에 좀더 시선을 맞추는 행위 - 그래서 내 행위가 조금씩 변화되는 것을 습관화한다면 언젠가는 과대포장제품을 구매할 때 오히려 불편감이 생기는 날이 오지 않을까? 자신에게 좀더 여유를 두고 조금씩 자신의 생활반경에서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을 살펴보자.

   나 역시 처음에는 위의 실천항목들 중에 한두가지로 먼저 시작했었는데, 점차 환경에 대한 의식과 관심이 생기자 관련된 정보를 읽게 되어 몇 가지들을 더 추가한 것이다. 아는만큼 보이는 힘 - 그것은 환경을 생각하고 책임있는 행동을 하는 데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또한 조금씩 환경을 생각하는 행위를 실천해나가다 보면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지도 깨달을 수 있다. 단지 몇 분의 편리함을 위해, 단 한 끼의 식사를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지. 그로 인해 몇 년동안이나 토양을 오염시키는 쓰레기를 얼마나 쉽게 발생시키고 있는 지를 여과없이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슈퍼마켓 식품매대의 모습 - 우리는 한 끼의 식사를 위해 너무도 많은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는건 아닐까?




글을 마치며.


   지난 4월 여행으로 다녀왔던 스위스 한 상점에서 구매한 에코백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2.95유로 - 5천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구매했던 그 에코백은 디자인이 화려하진 않았지만 일상생활에서 부담없이 사용하기에 좋은 가격과 디자인이었다. 문득 에코백이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대한민국의 모습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작년 온라인 쇼핑몰에서 무척 마음에 들었던 에코백의 가격이 무려 4만 5천원인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경험도 같이 떠올랐다. 스위스에서 만났던 에코백의 가격과 디자인은 나로 하여금 에코백의 진정한 기능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 시간이었다. 비닐봉지 사용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여분의 가방, 가방에 손쉽게 넣고 다닐 수 있어야 하기에 심플하고 가벼운 그런 에코백 - 장본 물건들을 막 쑤셔넣을 수 있고 무거워서 땅바닥에도 놓기도해서 쉽게 더러워지기도 쉽게 찢어지기도 하는 그런 에코백. 분명 같은 에코백이지만 정작 그 속에 담긴 진정한 가치와 기능은 빠져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춰보게 되었다. 어쩌면 환경을 보호한다는 것마저 '나는 이런 사람이다'를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로, 그렇기에 비싸게 팔아도 되는 이유를 가진 에코백이 돼버린 것은 아닐지.

   환경을 생각하며 살자고 말하고 있는 나 역시 어제 저녁 치약으로 이를 닦으며 클렌징폼으로 세수를 하는 내 삶의 모습들을 완전히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를 끼지만 정작 마스크 역시 일회용품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내 삶의 아이러니한 부분도 마주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올해 봄, 내 삶 속에 자연과 더불어사는 삶 그리고 환경에 좀더 책임감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깨달음이 있었고 내 행동도 아주 조금은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 여러분들의 삶에도 그러한 작지만 큰 변화가 있길 응원한다. 개인이 실천한 작은 행동들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변화를 믿고 실천하는 삶 - 사소한 일상이 만들어낼 수 있는 삶의 위대함은 바로 그러한 것들이 아닐까.

스위스에서 구매한 에코백 - 어쩌면 에코백(Eco-friendly bag)은 환경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삶을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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