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교육방법에 대한 고민.
오랫만에 잡아보는 글이다. 그간 주말에도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었어서 도통 글을 쓸 여유가 없었는데 생활에 다소 변화가 생겨 이렇게 주말이 되자마자 글을 쓰려고 까페로 달려나왔다. 글도 꾸준히 써야 글에 힘이 생기고 늘텐데 이렇게 안이하게 써서야 내 인생에 책 한편 멋지게 낼 수 있을까 싶다. 한편으로는 글쓰기에 대한 갈급함을 가지고 있었던 그간 내 모습을 스스로 바라보면서 '아, 내가 정말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구나'라는 점 또한 깨닫는다.
사실 내 글의 주제는 매우 다양하다. 최근 관심을 가졌던 주제에 대해 고민해보고 그와 관련된 책들을 읽어나가고, 이를 바탕으로 내가 생각하는 관점과 지식을 글을 통해 종합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학벌 파괴의 시대 -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교육방법에 대한 고민'이다.
제목 그대로, 우리는 학벌 파괴의 시대를 살고 있다. 더이상 좋은 대학을 나오는 것이 남은 인생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최근에는 역으로 학벌을 덜 고려하는 능력 중심의 인재채용방식-이 또한 물음표이지만-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하니, 중고등학교 동안 피말리게 공부해서 소위 좋은 대학에 들어온 친구들의 경우 도대체 무슨 이유로 내가 그렇게 힘들게 대학에 들어왔는지 회의감마저 들것 같다.
스티브잡스,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대학교 중퇴자들로, 학력이 모두 고졸이라는 점이다. 오늘날 이 세계를 쥐락펴락 하는 사람들이 대학교를 채 졸업하지 않은 고졸이라는 점이 신기하지 않은가. 물론, 그렇다고 대학을 가지말거나 중퇴를 하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여기서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은, '1) 어떻게 그 사람들이 소위 정상적인 대학교육을 밟지 않고도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되었는지, 2) 자신이 잘하는 관심사/역량을 그렇게 빨리 발견하여 깊게 파고들었는지, 3) 더 나아가서 그러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우리는 어떤 훈련을 해야하는지'에 있다.
최근 경영학적으로 '파괴적 혁신(Discruptive Innovation)'이라는 용어가 화두가 되고 있다. 이는 쉽게 말해 자신의 기존의 체계 혹은 이익을 과감히 무너뜨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혁신이나 문제해결방안 더 큰 가치를 모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파괴적 혁신이 중요해진 기저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패러다임이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을 반영하고 있다. 즉, 기존에 성공한 방식으로는 결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이러한 파괴적 혁신이 좀처럼 쉬워보이지가 않는다. 왜 그럴까? 일단 기업규모가 큰 대기업들의 경우 혁신이 가능한 체계로 구조를 개편한다는 것은 이전에 가지고 있던 문화 및 체계 자체를 뿌리부터 모두 흔들어 고쳐야함을 의미한다. 엄청나게 큰 수술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더욱 더디게 하는 원인으로는, 사회적으로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기 힘든 문화가 있다. 회사 임원에게 상사에게 잘못되었다고 솔직하게 직언을 할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획일적이고 다양성과 변화에 대해 개방적이지 않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더 심각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차세대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시스템에서의 혁신의 부재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차세대 인재들을 길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교육시스템이 현재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대한한국 교육시스템은 여전히 식민교육 시대의 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학생이 동일한 방식으로 기존의 주어진 정보를 암기하여 시험을 보고, 가장 많이 빨리 암기를 할 수 있는 사람(머리가 좋은 사람), 가장 오랫동안 공부를 할 수 있는 사람(독한 사람)만이 좋은 대학을 갈 수 밖에 없는 시스템에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방식이 오늘날 하루에도 계속 새로운 정보가 생산되는 이 시대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는 하루에도 다양한 정보가 넘쳐나며, 필요한 정보는 핸드폰 검색을 통해 누구나 언제든지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따라서 교육은 정보를 이해하는 방식보다 한 차원의 무엇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된 시대 속에서 우리 다음 세대들에게 필요한 교육의 모습은 무엇일까.
먼저, 이 물음에 대한 올바른 답변을 위해서는 '이 시대에 혹은 미래에 어떤 역량을 갖춘 사람이 필요한가'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를 해야할 것이다. 나는 크게 세 가지를 꼽고 싶다. 그것은 1) 통찰력을 통한 문제해결능력과 창의력, 2) 도전정신과 모험정신, 그리고 마지막으로 3) 사회적으로 책임감/기여 정신이다. 첫번째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사실 두세번째 요소는 의식적/문화적인 덕목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 세가지 요소들을 현재 한국 교육시스템과 사회문화 속에서 절대 배양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요소들을 어떻게 교육시스템에 의지하지 않고 우리와 다음 세대들에게 훈련시키고 계발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아야 한다.
첫번째 요소는 한 마디로 '생각하는 힘'이다. 주어진 정보 혹은 상황을 바탕으로 이를 제3자의 시각에서 철저히 꾀뚤어보는 힘이 통찰력이라면, 이를 바탕으로 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생각을 도출할 경우 문제해결능력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해 낸다면 이는 창의력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런 생각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이 고민의 답을 최근 읽어본 이상민저자의 [유대인의 생각하는 힘]에서 찾아냈다. 그들은 책을 많이 읽고 가족들간에 서로 토론을 하는 문화가 있는데, 상대방의 논리의 비판을 하고 반박을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사고를 360도 다차원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진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가정 내의 토론문화를 통해 생각의 힘을 길러낸 아이들은 주어진 정보/상황을 이해하여 자신만의 생각을 도출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러한 가정교육이 있다면 어쩌면 대학교육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주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정답이 없고,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유대인들의 문화'가 존재한다고 한다. 5개의 보기 중에 하나는 정답이 반드시 존재하기에 이를 찍어서까지 찾아내야 하는 사고로 길들어진 한국의 교육방식과 사고방식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두번째 요소는 '도전정신과 모험정신'이다. 사실 이 부분은 단기간의 교육으로도 배양하기 어렵다는 슬픈 생각이 든다. 도전정신을 가지라고 아무리 이야기를 한들 그 사람이 하루아침에 도전을 할 수 있겠는가. 아마 무엇에 도전을 해야하는지도 모를 것이다. 도전정신, 모험정신이란 어떤 대상에 대해 호기심과 지속성을 가지고 이를 경험해보거나 해결하고자 하는 성향이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획일적인 (수업시간에는 책상에 앉아 조용히 수업을 들어야 하는) 교육방식으로는, 하지 말라고 혼내거나 꾸중을 하는 교육방식으로는 절대 배양될 수 없는 부분이다.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닌, 실제로 이를 실패하더라도 몸소 체험하고 이를 통해 느끼고 깨닫는 학습법. 자유롭게 자신의 호기심을 따라서 과감하게 이를 탐구해볼 수 있는 환경, 실패를 격려하고 장려하는 문화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미국 애플본사에는 해적깃발이 달려있다고 한다. 해적깃발은 스티브잡스가 살아있었을 때 남긴 어록 '해군에 가입하느니 해적이 되는 것이 낫다(It'd better to be a pitate than joining the army)'는 말에서 기인하는데, 그는 직원들에게 기존의 것을 지키기 위한 해군이 되기 보다는 늘 반항적이로 새로운 것을 개척해가는 해적이 차라리 낫다고 하면서 도전정신을 고취시켰다고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의 경우, 언스쿨링(Unschooling) 운동이 점점 활성화 되고 대안교육이 점차 성장 중에 있는데, 이러한 배경에는 기존 학교시스템이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탐구하고 체험할 수 있는 도전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깨달음에 있다. 대안교육의 일례로, 같은 마을의 비슷한 나이대의 자녀를 가진 학부모들이 일정 금액을 내고 협동조합처럼 가입을 하고, 모든 부모들은 정기적으로 일일 선생이 되어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게 되는데,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특정 주제를 하나씩 정해 이를 가지고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주제를 바탕으로 이를 하루동안 체험하게끔 함으로써 깊이 경험하고 느끼게하는 이러한 대안교육 방식은 우리나라의 유치원에서부터 이미 영어를 공부하는 방식과 사뭇 다른 접근법이다. 모두가 '수능'이라는 같은 잣대를 가지고 경쟁하며 졸업을 해서는 대기업, 공무원과 같은 동일한 직업을 갖고자 하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천편일률적인 모습에선 이러한 도전정신과 모험정신을 찾아볼 수 없다. 다행히도 젊은 청년들 중 스타트업이나 벤처에 취직해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일부가 있어 이런 점에서는 긍적적인 움직임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자신만의 분야를 일찍 발굴해서 지속적으로 이를 파헤쳐보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대담성을 가진 대한민국 인재들이 많아졌으면, 그런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대안적인 경험과 기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기여정신을 이야기 하고 싶다. 솔직하게 말해서 우리나라는 성공의 목적이 '나만 내 가족들이 잘 살기 위함'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은 '맛집'을 찾아다니고 '여행'을 한다(물론 나를 포함해서). 과장일 수도 있겠지만 페이스북이나 블로그를 보면 특별히 크게 다른 관심사가 있어 보이는 컨텐츠나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동일한 교육시스템 속에 각자의 개성이나 관심사를 존중받지 못하며 자라온 터라 이렇게 한국 사람들의 관심사는 다양하지 않으며, 타인 혹은 사회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기자신에게 시선이 쏠려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의식구조로 인해 사회/세계를 변화시킬만한 정도의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내가 미국이나 선진국가들에게서 부러운 점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어렸을 때부터 사회적 책임을 가르치는 문화다. 이러한 문화는 특히 대학 졸업강연 연설에서 아주 잘 나타난다. '나만 잘 사는 사회가 아닌, 더불어 잘 사는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 '사회의 인재로써 모범을 보이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의무'는 평범하게 사는 국민이더라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화이기에 이러한 부분은 사실 단시간에 교육으로 배양하기 어려운 부분인 것이다.
앞서 세 가지 요소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사실 두세번째 요소는 교육만으로는 기르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긍적적으로 생각해보면 첫번째 '생각하는 힘'을 길러서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면 도전정신이나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도 2차적으로 생길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또한 가정내의 교육으로부터 이러한 두세번째 의식적인 부분이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이 사고하는 힘을 키울 수 있는 교육으로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이러한 국가 교육시스템을 보완해줄 다양한 형태의 대안교육 방식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물론 스스로 이 역량을 키워나갈 수도 있으니, 책을 많이 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생각을 발전시켜보고 그 생각을 나누는 기회를 만들어나가보자. 오늘의 결론도 책을 읽자로 마무리 되는 것 같은데, 그만큼 책은 우리의 모르는 지식의 지경을 넓혀주고 이를 통해 생각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제공하는 밑거름의 역할을 한다. 어려운 책 보다는 자신의 관심사 혹은 궁금한 주제들과 관련된 책을 중심으로 시도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너무 두꺼운 책이나 글이 많은 책이 부담된다면 만화책 혹은 삽화가 많이 포함된 책부터 시작을 해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주말에 습관처럼 책방을 가는 것도 추천한다.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책을 읽고 싶어지지 않을까. 또한 가능하다면 자신의 생각을 가족이나 주변사람들과 이야기해보고 토론을 해볼 수 있는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가 있다면 작은 주제로부터 함께 이야기를 해보고 그 자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한 내 생각은 어떤지 꾸중이나 정답을 찾아가는 방식은 지양하고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며 이야기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보는 것은 어떨까?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 치열하게 비판하고 반박하다가도 쿨하게 '너의 의견은 그렇구나. 아무쪼록 즐거운 토론이었어'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문화, 꽤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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