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현대인들에게 갖는 휴식의 기능과 그 중요성에 대한 고찰.
오랫만에 다시 쓰는 글이다. 최근 허리가 심하게 아프기 시작하면서 당분간 일을 하지않고 쉬기로 결정했다. 나만의 '허리회복 프로젝트'에 착수한 나는 지난 주 몇 년만에 다시 찍어보는 MRI촬영을 하고, 이번주부터는 당분간 매주 교정치료로 다닌다. 한동안 시간부족으로 갈 수 없었던 저녁 필라테스 수업도 다시 꼬박꼬박 가기 시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내 몸이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고나서야 비로소 내 삶에 다시 회복과 휴식이 찾아온다.
최근까지 나의 삶은 참 퍽퍽했다. 거의 매일같이 야근을 하고 11시-12시쯤 집에 돌아왔다. 주말에도 남은 업무를 들고와서 일을 했다. 휴식이 부족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을 허락했던 것은 나 자신이었고 힘들었지만 재밌었다. 내가 매력을 느끼는 분야를 발견하고 그 쪽으로 커리어를 아예 옮겼고 실제로 뛰어들어서 일을 할 수 있음에, 그것을 하나씩 새롭게 알아가는 느낌에 희열을 느꼈다. '워커홀릭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이구나'를 깨달으면서. 하지만 결론적으로 너무 빨리 달려버렸다. 안타깝게도 내 머리와는 다르게 내 몸은 이런 삶을 견뎌내지 못했다. 아니 1년 남짓한 시간을 버텼다. 그리고는 이렇게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어리석게도 이렇게 몸에서 신호를 알린 순간에서야 내 머리는 깨달았다. 이렇게는 내가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내 몸에게 더이상의 야근을 허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와 팀의 사정과 분위기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고, 솔직히 내가 이 곳에서 야근을 안 할 수 없는 방법은 없었다. 나는 퇴사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불타올랐던 열정과 책임감은 한순간에 꺼져버렸고 나는 나의 능력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일련의 후회도 없이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몸이 이렇게 아픈 이상 다른 대안은 없었다.
어떤 대상이나 개념이 주는 진정한 가치를 알려면 그것이 부재했을 때만이 오롯이 알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나 역시 그러했다. 내 삶에서 '휴식'이 주는 의미와 그 중요성을 이렇게 아프고나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휴식은 단순히 내가 중요한 일을 하고 남은 여분(Extra)의 개념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일을 하기 위한, 내 삶 자체를 지탱하는 중요한 밑바탕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늘날 우리는 잠과 휴식이 부족한 삶을 살고 있다. 작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은 2,246시간으로 OECD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길고, 반면 수면시간은 가장 짧다. 휴식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충분한 수면이라고 한다면,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가장 잠을 적게 자는 나라다. 최근 나의 경우에도 최근까지 11시, 12시까지 일을 하고 집에와서 잠을 6-7시간 잤다. 하루 8시간 수면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말한다면 사실 수면시간이 크게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잠을 자면서도 일하는 꿈을 꾸거나 너무 피곤한데도 3-4시간을 자고나면 잠을 깨는 일이 빈번했다. 이러한 수면상태는 결코 잠을 제대로 잤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하루 요구되는 수면시간보다 덜 자고 있고, 잠을 자더라도 깊게 잠들지 못하거나 쉽게 잠들지 못하는 불면증과 같은 수면장애(Sleeping disorder)를 가진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수면장애를 오랫시간 동안 지속할 경우 기억력감퇴, 집중력저하 뿐만 아니라 심장병, 당뇨병 같은 질병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고 우울증,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잠은 더이상 매일매일 자던 습관적인 행위가 아닌,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는 자각이 필요한 순간이다. 평소에 잠을 희생하면서 일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하진 않는지? 개인차이가 있겠지만 자신에게 적정한 수면 시간이 몇 시간인지를 확인하고 - 성인들의 평균 적정수면시간은 7-8시간이라고 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 그 시간을 반드시 사수하는 노력을 하는 것은 내 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휴식이다.
또한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보거나 머리맡에 핸드폰을 놓고 자는 분들이 많은데,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 수면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전자기기 스크린에서 나오는 단파장 빛이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방해하여 수면에 문제를 일으켜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거나 잠을 깊게 자지 못하도록 하니, 오늘부터 잠들기 30분-1시간 전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되도록 멀리두고 수면을 취해보자.
문득 생각해보면 오늘날 기술은 나날이 더 좋아지고 우리의 삶은 윤택해졌지만 삶의 질은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듯 하다.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발전된 기술로 인해 분명히 우리의 삶은 더욱 편해졌지만, 왜 우리는 더 많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끼며 살아가는 것일까.
기술은 우리에게 더 빠른 속도로 살게 했지만 정작 우리는 그 속도를 컨트롤하지 못하고 그 속도에 휘말려 사는 것 같다. 빠른 속도의 삶은 더 많은 기다림을 야기한다. 평소 인터넷이 조금만 느려도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무언가를 기다려야하는 상황에서 덜컥 짜증이 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지? 빠른 속도의 삶이 익숙한 나머지, 사소한 기다림에도 이처럼 우리는 조바심을 갖는다. 물론 빠른 속도의 삶을 따라가지 못하고 혼자 느리게 살라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속도에 휘말려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자신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브레이크(Break)'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영어로 브레이크(Break)은 또다른 의미로 '휴식'이라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또한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기사와 이메일, 동영상, 문자와 같은 정보를 실시간 확인하며 살아간다. 인터넷이라는 공간 속에 24시간 연결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피로감이 발생한다. 오늘 하루 자신이 봤던 정보 중에서 반드시 봐야했던 메시지는 몇 퍼센트정도 되는지 잠시 생각해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중 기억나는 내용이 얼마나 되는지도 떠올려보자.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를 찾아 헤매지만 정작 의미있게 기억이 나거나 중요한 내용이 많지 않다. 정보는 깊이가 없고 정보를 단순히 '소비'하기 때문에 우리는 '생각'하는 법을 잃어버렸다. 스마트폰은 이렇듯 우리를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지만, 그로 인해 불필요한 정보에 과도하게 노출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은 피로도는 높아졌다. 심지어 인터넷이 끊기거나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불안하거나 답답한 증세까지 보인다. 특히 이러한 증세는 소셜미디어(SNS)를 사용하는 데서 더 심화되는데, 사회적으로 공유되는 정보를 계속적으로 확인하고 소비하는데서 우리는 사회적인 공간에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러한 소속감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만 적용되는 감정이기 때문에 매우 짧은시간 지속되며, 진정한 연결과 교감을 통해 갖는 유대감으로 보기 어렵다.
자, 그렇다면 이러한 삶을 사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휴식이란 무엇일까. 정반합이란 말이 있듯이, 심플하게 정 반대의 삶을 실천해보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지친 우리에게 느리게 걷는 법을, 매순간 연결된 삶을 사는 우리에게 연결되지 않은 삶(Disconnection)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빠른 속도를 살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며, 항상 연결되지 않은 삶을 살라는 의미가 아니다. 어떤 행위에 통제와 억압을 부여하게 되면 그 행위를 더 하고 싶어지는 반작용성이 생기게 된다. 대신 내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인지하고, 그것을 스스로의 힘에 의해서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면 된다.
먼저 느리게 걷는 방법을 실천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혼자하는 여행을 추천한다. 요즘 '혼행'이 트랜드로 떠오르고 있는데 어떤 면에서 혼자 여행하는 것이 긍정적인 기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논의되지 않는 것 같다. 혼자 여행을 하게되면 바쁘게 살던 환경에서 즉각적으로 벗어나, 나만의 속도로 느리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으로 들어가게 된다. 결국 외부적인 압박이나 타인의 속도에 구애받지 않고 나만의 속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인 것이다. 그 밖에도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명상을 추천한다. 이 방법은 내가 한동안 실천하다가 지금은 못했던 것 중에 하나인데, 아침에 일어나서 10분 동안 눈을 감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 10분이 100분 같이 느껴지는데 점점 익숙해지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두번째로 수많은 정보에 매순간 연결되어있는 상태에서 자신을 '언플러그(Unplug)'하는 힘을 길러보는 것이다. 우선 알람이 울렸을 때 그 정보를 볼 것인지 아니면 보지 않을 것인지 그 선택권은 나에게 있다는 점을 먼저 인지할 필요가 있다. 주어진 정보에 대한 통제권은 나에게 있는 것이다. 긴급한 정보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정보가 그렇지만) 그 순간 바로 확인하지 않고 특정시간에만 확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인 이메일은 알람기능을 꺼놓고 매일 특정 시간에만 확인하는 규칙을 세워보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경우에는 하루에 접속하는 시간을 정해보는 것도 좋겠다. 만약 자기가 매일 10번 접속을 하는 사람이라면 매일 5번만 특정시간에 확인하기로 한다. 혹은 평일엔 접속하지 않고 주말에만 몰아서 보는 등 자신의 성향에 따라 규칙을 정해보고 이를 실천해보자. 그리고 이번 주말 자신의 소중한 지인들에게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거나, 맛있는 저녁 한끼를 함께하는 것은 어떨까. 진정한 유대감과 소속감은 소셜미디어 공간이 아닌,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함께하는 시간들이 누적되어 발현된다. 주변에 나를 응원해주고 삶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 수록 SNS에서 불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는데 쏟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지 않을까?
지금까지 우리 현대인들에게 왜 휴식이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마지막으로 나의 최근 경험을 기초하여 휴식은 우리가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도 더 높은 생산성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피력하고 싶다. 물론 쉬는 시간을 줄여서 일을 하게 되면 그 물리적 시간만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일을 하게되면 업무의 퀄리티가 떨어지고 지쳐서 장기적으로 일을 할 수가 없다. 이것은 회사차원에서도 불이익이다. 야근을 조장하거나 간접적으로 요구하는 기업분위기를 없애고, 각각의 팀원들은 적정시간 내 업무를 수행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업무분량과 책임을 맡아야 한다. 만약 오랫동안 야근을 하는 직원이 있다면 이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 회사차원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인지하고 회사 및 리더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업무를 조율하고 해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는 사실 회사 구조 자체가 바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의 리더들이 변화되어야만 바뀔 수 있는 부분이다. 직원 또한 야근하는 기업문화를 그대로 수용하기보단, 적절한 면담을 통해서 조율을 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나이의 적고 많음, 경험의 많고 적음, 그리고 결혼의 유무를 떠나서 야근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모든 근로자가 충분한 휴식을 갖기 위해 그만큼 자신의 시간을 투여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환경이다.
'Work Hard, Play Hard'이라는 노래가 있다. '일 할땐 화끈하게 하고 놀 땐 화끈하게 놀자' 라는 의미인데 참 멋진 말이라고 생각한다. 잘 놀고 잘 쉴 줄 아는 사람이 잘 살 수 있고 일도 잘 할 수 있다. 그러니 더이상 내 몸을 소홀히 다루지말고 나에게 필요한 휴식을 적극적으로 취하자. 이는 빠른 속도의 삶을 살아가며 실시간 수많은 정보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필수적인 시간이자 태도임을 잊지말자. 자야하기 때문에 자는 것이 아닌, 충분하고 깊은 수면을 취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들을 하자. 더 나아가 나를 피곤하게 하는 요소들을 찾아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습관들을 만들고 실천해보자. 그리고 이러한 모든 노력들이 내 삶과 내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나의 이 후회스러운 마음과 만신창이된 몸을 부여잡고 쓰는 이 글이 휴식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자각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그래도 당분간 내 몸에게 준 안식기로 인해 글은 더 자주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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