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eacher
“얘는 스뜌~어디쓰 내 제자예요.”
유교수님은 나를 사람들에게 이렇게 앞세워 소개하셨다. 한번은 광화문을 지다나 큰 건물에 아시아나 항공 승무원 광고사진을 보았는데 내가 떠올랐다던 그 분.
나는 E여대 도자 디자인과 유교수님의 마지막 논문 제자이다. 내가 대학원을 졸업하던 해에 정년퇴임을 하신 그 분의 연구실은 모든 사물들이 코발트 블루였다.
푸른빛만 보면 꼭 모으게 된다고 하셨다. 주술사의 마법의 방처럼 어디서 왔을까 싶은 진기한 골동품과 작품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고 자리다툼이라도 하듯 겨우 비집고 아슬하게 놓여있다. 그 방의 출렁한 푸른빛의 유리와 도자기 작품 분위기에 매료되어 서늘한 기분마저 드는 방에 자주 드나들었다.
그분의 헤어스타일은 예술가의 독특함과 개성이 있다. 오른쪽은 숏컷이고 왼쪽은 똑단발 아수라백작을 연상하게 했다. 패션 또한 4계절 내내 긴치마와 긴소매 옷이었다. 여름에도 반팔과 반바지로 팔과 발목이상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큰 귀걸이와 금속 목걸이 그리고 손가락의 반지들은 모두 영국 앤티크 마켓에서 사온 것이라며 장신구마다 스토리가 재미있었다. 교수님은 모든 사물을 지나치지 않고 사진을 찍으셨다. 사물의 잔상을 놓치고 싶지 않고 느낌을 간직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런데 요즘 내가 그 분을 닮았다는 것을 알았다. 내 언발란스 숏컷 헤어스타일이 왠지 낯설지 않은 건 교수님을 오래 가까이서 봐서일까. 놓칠 수 없다는 물상에 집착할 정도로 사진을 찍는 성향도 닮았다. 눈의 기억대신 느낌을 꼭 가져버린다.
지난주 화요일에 같은 동네에 사는 교수님의 파란방 연구실을 방문했다. 졸업한지 8년이 되었는데도 정겹고 즐겁다. 교수님은 음악회와 전시회 티켓이 생겼다며 주신다.
‘너 갈 수 있니~? 너는 뭐든 적극적으로 문화예술 공연을 챙겨보니까 먼저 생각나서.’
2006년 대학원 면접에서 왜 도자 전공을 또 하려고 하느냐고 물으시더니 3번의 휴학을 하면서까지 다시 승무원이 되어 나간 제자를 졸업할 때 지도교수님이 되어주셔 끝까지 나를 살리셨다.
나는 승무원 도예가 세라이다. 승무원과 도예가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가고 있다. 그러다 이젠 연관을 짓느라 면접에서 설득해야 할 일이 없다. 바로 독특한 이력의 내 삶의 재료가 되어 이제야 자리를 잡아보려고 발에 땅을 붙이며 살아가고 있다. 직업은 꿈을 실현하는 도구이다. 전공은 경험과 콜라보하여 창의적인 새로운 콘텐츠가 되고 있다.
깊고 투명한 코발트블루의 방에서 무한한 희망의 빛이 내 삶에 마법을 걸었나보다.
I love my 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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