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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선 Oct 30. 2019

인기녀의 결핍

연애와 결혼에 주저하는 이들을 위해

초등학교 5학년 운동회때 부채춤을 추며

School, Student. Spring..

연애도 잘하려면 일찍부터 연습이 필요했다.

'12살의 봄’이라는 성교육 책과 ‘5학년3반 청개구리’ 라는 책을 숙제로 읽었던 초등학교 5학년 이성에 눈을 떴다. 지금 내가 컴컴한 안방에서 보는 드라마에 괜히 설레는 건 어린 시절 인기가 찬란했던 그 날의 북적거림이 떠올라서다.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치고 6학년이 되었다. 원래는 학년이 바뀔 때마다 반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이 바뀌는데, 그 해는 그대로 연장하여 우리는 학년만 올라갔다. 서울 목동에서 왔다는 휘는 반 아이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고, 청자켓을 입었다. 학군이 좋은 목동에서 여기는 왠일일까를 생각하며 여자 애들은 키 큰 휘의 책상이 있는 교실 뒤쪽의 거울을 자주 보러 왔다 갔다 했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동안 내내 인기투표로 계속 학급 반장이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자 모든 것이 개편되었다. 반장과 부반장이 새로 뽑혔고 나는 새로운 세력에 자리를 내주었다. 5관왕에 그쳤지만, 인기는 계속되었다.

선생님께서는 이성에 관심이 가기 시작한 우리들의 분위기를 아셨나보다. 6학년이 되자 같이 앉고 싶은 사람과 일주일씩 짝꿍을 하라고 하셨다. 등교하면 남학생이 여학생을 선택하여 원하는 짝꿍과 앉으라고 즐겁게 말씀하셨지만, 쟁탈전이 될 줄은 몰랐다. 벌이 꽃을 찾아간다는 이성관계의 진리이자 선입견을 심어준 계기가 되었고 호감 가는 이성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비슷했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가니 많은 남학생이 청재킷을 입고 나타났다. 박남정의 음악을 들으며 청재킷을 휘날리며 놀고 있었다. 나는 인기는 있고 공부가 별로여서 부반장이었는데 인기가수 박남정 같은 휘와 최고의 커플이 될까, 애들의 관심 대상이 되었다.

내가 교실에 들어서자 3명이 복도에서부터 나랑 짝하자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내 가방을 들어주고 신발주머니까지 받아 주고, 어떤 애는 내 손을 잡는다. 한 명은 공부를 잘하는 반장이었고, 한 명은 내가 좋아했던 남자 부반장이었고, 그리고 다른 하나는 키가 커서 맨 뒤에 앉은 그 애였다.

우리 반은 들썩였고 쟁취하는 자, 그렇지 못한 자가 생기게 되었다. 그들이 나를 선택했지만 나는 뒷감당을 해야 했다. 누구 옆에 앉을 것인가?

이미 서로가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일부러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휘옆에 앉았다. 교실 전체가 급작스럽게 요란 법석을 떨던 시선과 웅성거림이 있는 그런 분위기를 사랑했다. 

2018년 내 인생 드라마, 뻑뻑한 일상 속에 미스터 션샤인에는 세 남자 나온다. 평범한 외모지만 매력이 심한 고혹한 여자주인공에게 아슬아슬 섹시한 구동매, 자수성가한 듬직한 유진, 안정된 환경의 따뜻한 희성의 화살표가 모두 가 있다.

나의 인기 전성기인 초딩 시절을 생각나게 했다. 여주인공 한 명에 색다른 매력의 남자 3명이 아슬아슬하게 얽혀 그녀의 광대뼈가 자주 올라가는 걸 보니 재밌다.

나라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이 질문에 나의 남성상과 가치관이 삶의 형태로 드러난다. 나는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 인기 많고 잘 나가는 남자애들을 좋아했다. 까불고 장난치는 애들 말고 세련되고 귀티 나는 엘리트 스타일에 관심이 갔다. 휘와 짝꿍이 되었던 즐거웠고 긴장됐던 일주일이 다 되어 간다. 이제 사랑은 움직인다. 또 누군가 안타까워했다면 또 기회가 돌고 돈다. 내 이상형은 점차 바뀌어 갔다. 왜 그랬을까? 마음이 짠하게 아른거리는 구동매는 매력이 있지만 끌리면서도 선택하고 싶지가 않다. 희성 같은 남자가 이성적으로는 맞지만 다가가기가 부담스럽다. 오히려 나를 선택하지 않을까 두렵다. 반면 내게 위대한 사랑을 감당할 만한 에너지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힘겨운 연애도 해봤다. 지적인 매력의 성공한 남성과 교제하며 내게 비어있는 부분을 상대방으로 인해 채우는 것을 장점으로 택했었다. 그의 성공에 질투와 용기를 느껴 나도 성공하고 싶다는 것을 알았다. 듬직하고 자수성가한 유진이 나이가 들어 끌리는 이유다.

요즘 유진 같은 사람과 대화가 잘 통할 것이다. 그에겐 자신이 단단하게 성장하는 동안 고독한 부분이 있다. 나에게서 유진의 외로움, 고집스러움을 보았다.
비행에서 만난 영국 승무원이 있었다. 연륜이 즘 있어보이고 프로답게 일도 잘하는데다 푸근한 인상이라 대화가 하고 싶었다. 난 그때 연애 고민이 있었던터라. 공유하면 모두 공감하는 동안 속이 풀린다.

"남자 친구  있니?"

이렇게 대화를 시작하면 여자끼리는 바로 친구가 된다.

"아니, 아직은 ^^ 난 항상 하늘에 있어서 남자들이 내가 어딨는지 못 찾고 있나봐." 라고 영국 친구가 말했다.

결핍이었다. 한동안 안정적인 남자를 찾아 헤매느라 시간이 다 갔으니 내게 무너진 부분을 재건축하는게 우선이다. 원하는 기준이 있으면서도 엉뚱한 선택으로 어처구니없는 연애를 했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생각한다.

누구를 만날지 고르기 보다는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선택과 집중을 해야했다. 사랑은 내 자신과의 약속이다. 일을 택하는 기준도 이성관처럼 현명하여 사랑도 커리어도 성공하는 삶을 살기를.

어떤 사람을 선택하느냐가 삶을 결정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어린 시절 짝꿍 찾던 추억을 가진 중년 여성이 흐믓한 미소로 드라마를 보며 지금 다시 채워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건 당신의 단점이 아니오. 약점을 이해하겠소. 나도 그러하오. 내가 돕겠소.’ 

유진 초이의 말이 누군가에게 써먹고 싶어서 내 입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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