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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선 Jan 06. 2020

외국으로 떠나고 싶은 당신에게

4차산업에 적합한 직업, 승무원

 

나도 외국이 좋다. 그래서 당신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어 글을 쓰며 나는 다시 승무원으로 소환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새로운 길을 가고 싶은데 여러 가지로 불안해서 기존에 하던 걸 계속할지 갈림길에 서 있는가. 사실 정말 좋으면 떠날까 말까를 고민하지 않는다.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지금 일이 내게 좋은 게 아니라서 그런 거 아닐까?

내 이야기는 승무원이 되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외국에서 살고픈 바람에서 시작된 천일야화보다 재밌는 천직 여행 이야기다. 단지 내가 꿈을 꾸기 시작한 날, 한 번쯤 내 삶을 바꾸기 위해 모든 걸 걸었던 비행의 계절에 기대어 담았다.      


도예를 전공 후, 항공사 승무원으로 전혀 다른 길을 갔다. 내가 돌아본 세상은 경이로움으로 배울 것들이 무궁무진했다. 열정만으로 무조건 따라가다 주변을 뱅글뱅글 맴돈 적도 있다. 어학 실력과 외적인 조건을 많이 보고, 적은 인원 채용으로 경쟁률이 몇백대 1이다. 두려우면서도 계속 찾고 움직여갔다. 두려움과 설렘은 같은 말이었다.

 주변에서 하나, 둘 승무원이 되어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급해졌다. 도전의 이름으로 꿈 중독이 생기더니 20대 후반에서야 진심으로 바뀌었다. 속 끓이던 날들이 길어지면서 마음의 중심을 지키기에 어려운 세상임을 알았다.


언제든 원하면 세상 어디나 갈 수 있는 세상이다. 외국을 가는데 저가 항공도 생겨서 돈이 문제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외국에 가면 무엇을 할 것인가다. 여행은 현지에서 살아보거나 일을 하는 것과는 다른 일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여행도 많이 가고, 최고급 생활수준을 경험해 봤기에, 욕망은 커졌으나 자원과 실력이 부족해서 오히려 괴리감을 커졌다.

꿈을 빚어 가는데도 열정과 재능만으로 되지가 않았다. 살아보고 일해야 현지인들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안다. 관광객으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여행만으로 자신이 글로벌화되거나 변화되지 않았다. 잠시 경험을 한 것뿐, 삶이 글로벌하게 도대체 변하지 않아 나는 외국 항공사 승무원이 되어 집을 떠나 세상을 체화하기로 했다.


 정주하지 않고 부유하는 노매드 라이프를 실현하기에 가장 좋은 직업은 승무원이었다. 다문화 다각도로 멀티 하게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점이 더 많다. 그 누구보다 풍부한 일상의 장면들을 가장 짧은 시간에 많이 경험하여 세상을 바라보며 관점이 넓어졌다. 한 마디로 밀도 높게 경험할 수 있었다. 인생 여정 전체를 뷔페로 생각해봤다. 진지하게 음미하며 맛보기 하다가 정말 원하는 음식이 있으면 풀코스로 정하면 된다. 모든 복지 혜택을 누리며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는 젊은 날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비행이란 직업은 경험 가치다. 한번 하면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난 그래서 3번이나 했다) 세상을 경험한 자는 이미 다른 사람이다. 보고 느끼는 동안 관점이 달라지고, 경험을 풍부하게 축적해나가는 여정의 연속에서 영감의 원천을 얻어낼 수 있다.

그러므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내가 무엇을 위해 비행을 하는지 잊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반복적으로 밥을 나눠주면서 기본과 국제적인 메너를 몸에 익혔다. 그걸 프로의 경지까지 알게 되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안목을 가지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용할 수가 있다.


우리에겐 어떤 미련과 로망이 남아있을까?


여전히 하고 싶은 게 있는지? 알게 모르게 승무원이 되고 싶은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30대도, 40대에도 있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목표를 경쟁 구도로 느껴도 있다. 왜 그게 하고 싶냐고 다시 물으면 로망과 환상이 가득한 답변이다. 보이는 게 중요한 시대인 것이다. ‘직접 해보면 그 말이 안 나올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막연한 꿈에 긴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에너지를 엉뚱한 곳에 쏟고 있었다. 스스로 좌절하는 일이 없도록 내가 가졌던 고민과 헤쳐나간 일과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비교 의식 탓에 아름다운 젊은 날이 변색되지 않고 영원한 소녀로 꿈꾸길.


단점은 더 많아서 일부러 뒤에 챕터를 따로 뺐다. 그중에서도 외국에서 살면 향수병은 고질병이다. 겨우 치유되면 재발했다. 진작 알았으면 차라리 한국을 그리워하는 향수병을 택할 걸 그랬다. 타향병이 이렇게 평생의 숙제가 될 줄 알았다면. 그 반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끝도 없이 새롭고 경이로운 이 멋진 세상은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항공사에서는 대부분 승무원이 향수병 때문에 퇴사했다. 고민하지 않아도 될 일들, 싸우지 않아도 될 일로 자신을 소모하느라 10번의 계절이 지나갔다. 성과나 평판보다 내 존재를 소중하게 여겨야 했던 나를 발견하는 회고록이 될 수도 있을 정도다.


아무리 갖고 싶어도 조건이 안되면 가질 수 없고, 영원히 누릴 것만 같았던 행복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걸 알아버린 나이가 되었다. 특이한 경험을 했으니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알리고 싶었다.

그럼, 나는 원하는 일과 사랑은 어떻게 찾을까? 이룰 수 없을까 두렵고, 도저히 못 버리는 일이 무엇일까? 마음에 부담이 생기거나, 이루게 되면 기분 좋은 상상이 드는 것을 떠올렸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를 때 어떤 일에 집중하면 저절로 입이 나오고 간절해지는 진 것들이 있었다. 감수성에 마음을 기울여 따라가 이야기를 쓰다 보니 외국이 더 좋아졌다.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 찾고 있는지에 대해 난 질문을 계속 던질 것이다. 그때, 고민되지 않을 만큼 원하는 걸 찾는다면 로마, 코스메딘 산타마리아 델라 교회로 날아가서 진실의 입에 손을 넣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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