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드래곤은 독일에 있습니다.

프롤로그 Country road

by 강윤선


독일에는 눈이 왔는지 궁금합니다. 남편은 지금 독일에 있습니다. 보이스톡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독일 캠핑카 회사에서 근무하는 중인데 캠핑카를 타고 다니며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영업을 합니다. 마을버스 크기의 (7m 되는) 캠핑카를 타고 장거리 운전을 하는 때가 많아 전화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게다가 독일은 한국보다 7시간이 늦습니다. 밤과 낮이 반대여서 시간 계산을 하다 보면 전화하기 애매한 시간이라 나중에 하려다 보면 하루가 지납니다. 지금은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스위스로 가는 중일까요. 남편이 지내는 캠핑장에는 와이파이가 될까요.


나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남편을 두고 한국으로 왔습니다. 하늘이 찌릿찌릿하고 공기가 묵직하게 가라앉더니 생리가 터지기 일보 직전의 첫눈이 내리려는 조짐이었군요. 아파트 단지를 휘저으며 내리던 눈이 몇 시간 만에 힘이 빠져 싸라기눈이 되어 또르르 구르기 시작합니다.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금방 지친 첫눈이었습니다. 아스팔트 길 위에 쌀가루 같은 눈이 쌓여갑니다. 오후 무렵에 방 창가에 햇살이 들어 산책을 나섰습니다. 아이들은 신이 났고, 곳곳에 등장한 아파트 경비 아저씨는 눈 쓸기에 바쁩니다.

한국에서 맞은 첫눈의 설렘을 나누고 싶었는데, 일상을 시시콜콜 나누기에는 전화 타이밍 잡기가 어렵네요. 지금 여기가 오후 3시면 독일은 밤 9시네요. 독일에 눈이 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남편은 늘 운전 중이라 눈이 오면 걱정입니다.


50살이 다된 딸이 친정집으로 짐을 끌고 왔습니다. 결혼 전에 지내던 방으로 돌아오니 아내가 아닌 딸이 되었습니다. 남동생도 스리랑카에서 살다가 처자식과 함께 여기 부모님 댁에 3년을 살다가 분가를 했지요. 그러니 누나가 너무 하다고 핀잔을 주지도 못합니다.

20대야 그럴 수 있지만 30대에도 40대에도 부모님 품 안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그 안에 살고 있습니다. 50대가 되어서도 다른 여편네들처럼 자리 잡고 살지도 못하면서 늙은 어미의 말라빠진 탯줄을 부여잡고 맴돌고 있네요.

아버지는 거실에서 종일 TV를 보다 졸다 먹다 이불을 깔고 주무십니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일상은 적막하고 초조합니다. 실버타운은 어떨까 이야기를 나누며 해 질 녘에 고루한 마음에 감 하나를 씻어 먹고 애써 활기를 찾아보는 일상입니다. 노부부는 창밖으로 눈송이를 멀거니 바라만 보고 밖에 나가지도 않습니다. 해가 뜨면 아침밥을 먹고 몇 시간 후에 점심을 먹고 해가 지면 저녁을 먹고 치우느라 하루가 다 갑니다.

나는 부모님과 함께 있어도 맘이 편하지가 않습니다. 하고픈 말이 분명 많을 텐데 입을 꾹 다물고, 나를 바라보는 눈빛과 처진 입술이 웃지를 않네요.


밤이 되니 몽글몽글 송이눈이 내립니다. 오늘따라 남편과 함께 캠핑카로 유럽을 누비던 시간이 눈송이가 되어 달려드네요. 겨울의 하루는 그레이톤의 낮과 미드나이트 블랙의 밤만 있습니다. 남편과 통화를 하고 싶지만, 독일은 새벽이라 그래도 잠깐이라도 전화를 해볼까 합니다.

깜깜한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이라면 어두운 차에서 올리는 전화벨이 외로운 남편에게 반가움이자 위로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Country Road _ John Denver>

아침 시간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 그녀가 나에게 전화해
I hear her voice in the morning' hour, she calls me

라디오를 들으니 머나먼 고향이 생각나네요
The radio reminds me of my home far away

길을 운전하면서 느낌이 와
Driven down the road, I get a feeling'

어제 집에 있었어야 했는데, 어제
That I should've been home yesterday, yesterday


시골길, 나를 집으로 데려가 주세요
Country roads, take me home

내가 속한 곳으로
To the place I belong

날 집으로 데려가 줘, 시골길
Take me home, country roads


시골길, 나를 집으로 데려가 주세요
Country roads, take me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