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I met Netherland Dragon

꿈찬 여자와 꿈쟁이 남자가 만나면 생기는 일

by 강윤선

“언니, 오늘 뭐 해? 소개팅할래? 근데 이름이 정말 특이해.”


우리가 처음 만난 곳은 2019년 서울 양평동 선유도 공원의 북카페였습니다.

그의 이름은 네룡입니다. 용띠해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나서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입니다. 처음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메롱이냐 4마리 용이냐고도 묻는다는데,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름입니다. 그는 독일어와 터키어를 모국어로 하고 프랑스어와 영어를 하는 토종 한국인입니다.

90년대 독일에서 모래시계 드라마가 유행이어서 이정재 배우의 인기가 독일 한인사회에서도 높았습니다.

이정재의 처진 눈을 닮았다고 한인교회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중년이 되어 후덕하게 퉁퉁해져 팬더를 더 닮은 거 같은데요. 어디서도 기죽지 않는 기세를 가진 눈, 유난히도 밝은 갈색의 동공으로 감동하여 감정이 울컥하면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나를 바라보는 눈빛을 아직 내 안에서 지워내지 못합니다.


첫 만남부터 대화가 지루할 틈 없이 끊임없이 종알거렸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리는 한국에서 같은 교회를 다니고 있었네요. 이런 인연이 또 있을까요? 40대에 만나 소개팅이라니 하나님도 보시고 오호~ 노처녀 노총각이 외국에서 뱅뱅 돌다 이제 만났구나 하고 무릎을 쳤을 것입니다.


“뭐 먹고 싶어요? 이촌 참치 가봤어요?”

동부 이촌동에 있는 참치 집이겠구나 했는데 신도림에 있는 쇼핑몰에 도착했습니다.

‘이춘복 참치’ 였네요.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 때 스펠링을 빼먹거나 비슷한 단어를 막 던지듯이 대충 비슷하게 기억나는 대로 말하곤 합니다.

한강을 끼고 드라이브를 하는데 석양 노을빛에 비춘 노란 63 빌딩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저기 가봤어요? 아 나도 63 빌딩 수정관에 한번 같이 가고 싶은데. “

차라리 아쿠아리움이라고 하지, 수족관이라는 단어를 어디서 듣긴 들어봤나 봅니다.

나는 틀린 단어를 꼭꼭 짚어 교정해 줍니다. 다 큰 중년이 단어를 틀리니 놀리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뭔가 건수를 찾아낸 사람처럼 에피소드를 기억해 뒀다가 사람들에게 오늘의 유머로 써먹었습니다. 자랑이었을까요, 흉보는 거였을까요? 나에게 욕을 자랑같이 하는 재주가 있나요?


우리는 3개월 동안 매일 만났습니다. 그의 직장은 성수동이었는데 내가 사는 김포까지 매일 데려다주며 차 안에서 CCM을 들으며 드라이브 데이트를 했습니다. 그는 코 평수가 넓어지며 눈이 빨개지도록 찬양을 불렀습니다.

나는 외국에 떠나 있던 시간만큼 한국에서 자리를 잡아보려고 열심을 낼수록 손 거스러미를 참지 못하고 피가 날 때까지 뜯었습니다. 무의식 중에도 부담이 컸는지 뭔가를 하며 움직였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내리려는데 손가락 주변의 거스러미를 뜯느라 빨개진 내 손가락에 연고를 발라주었습니다. 나는 그 앞에서 아홉 살짜리 어린 여자애가 되어 손을 내밀었습니다. 연고가 새 살을 돋게 동안 우리 사이에도 화학적 반응이 일어났다.


한국 사회는 40대 미혼 여성을 못 견디도록 궁금해했습니다. 나도 한풀이가 될 만한 세기의 결혼을 하려고 기다리고 기다렸지요. 인생관이 결혼관이었습니다. 아무나와 하는 것보다는 신분 상승 가능성을 가지고 기다렸습니다. 그런 왕자님이 나를 좋아할 리 없다고 점차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힘도 빠지고 자포자기하고 싶은 청년기 같은 중년기를 보내면서 거품이 쭉 빠져버렸습니다.

결혼할 때가 되면 상대방이 멋있어 보인다고 하던데, 나도 다른 선택이 없어 보였습니다. 재고 고르기도 지쳤습니다. 날이 서서 고르던 예민한 기준이 무의미해졌습니다.


그는 특유의 외향성과 쫄지 않는 기세로 주변의 분위기를 제압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내 운명을 다시 자유롭게 펼쳐줄 구원자로 받아들였지요. 그때는 남편이 내 희망의 전부였으니까요.


외국에 한 번 나간 사람은 한국에서 못 산다는 말을 지금은 믿지 않습니다. 늙어서는 한국에 살아야 한다고 다짐했는데, 우리 둘의 해외운과 역마살이 만나니 과연 앞으로 저희는 어디에 살게 될까요?



KakaoTalk_20231215_192553017_09.jpg 네덜란드 드래곤 ND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