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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폼폼토스 Nov 19. 2024

눈 씻고 찾아낸 한국보다 좋은 인도 식재료   

 오늘도 정신승리 

 내가 외국 여행을 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숙소와 가까운 동네 슈퍼마켓으로 달려가는 일이다. 이 나라 사람들은 뭘 먹고사나, 어떤 채소와 과일이 있나, 내가 해 먹을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을까 찾다 보면 두 시간은 거뜬히 넘기기 일쑤다. 그러나 그런 즐거움을 일절 찾을 수 없는 곳,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인도다. 


 물론 인도도 사람 사는 곳이라 당연히 식재료 쇼핑을 할 수 있다. 마살라의 나라답게 각종 이름 모를 향신료들이 즐비한 코너가 슈퍼마켓에 있고, 곡물과 견과류는 한국보다 다양하다. 그것들이 한국인의 식생활에 활용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인 게 함정일 뿐. 


 길거리에 소는 넘쳐나지만 유제품 코너는 생각보다 빈약하다. '다히(Dahi)'라고 부르는 아무 첨가물도 들어있지 않은 생요구르트는 많지만, 각종 과일로 맛을 낸 요구르트는 그 종류가 얼마 없고 생우유도 찾기 힘들다. 야채 과일은 주로 재래시장을 이용하는데 파리 수백 마리의 공격에 필요한 것만 사고 후딱 나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나라를 가나 보는 즐거움, 맛을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는 냉장 및 냉동식품 코너도 빈곤하기 이를 데 없다. 냉장 주스는 거의 없고, 냉동식품은 대부분 고기, 생선, 채소를 냉동한 것들이다. 데우기만 하면 한 그릇 요리가 되는 기특하고 맛있는 제품들은 찾을 길 없다. 인도는 빈부 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사람들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러니 식재료 쇼핑에서 즐거움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인도에서 생긴 새로운 취미가 있으니, 식재료 쇼크에 당할 때마다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새롭고 좋고 가격까지 훌륭한 식재료가 무엇인지 샅샅이 찾는 일이다. 마트에 가서 보는 것은 한계가 있어 나는 주로 아마존 인디아, 빅바스켓(Big Basket), 블링킷(Blinkit) 등의 쇼핑 앱을 깔고 이런저런 식재료들을 검색한다. '그래, 이것만큼은 인도가 한국보다 좋아'라는 것을 느끼고 아직 반이 남은 주재생활에 힘을 얻고자 하는 나만의 몸부림이랄까. 


 한국보다 더 싸고, 그러면서도 질 좋은 식재료가 인도에 있나? 분명히 있다. 검색을 하다 보니 인도에서는 의외로 유기농 식재료를 구하기 쉽고, 유기농과 일반 식재료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어떤 것은 유기농이 더 싸다. 농약을 뿌리느니 넘쳐나는 인력의 손을 빌려 벌레를 잡는 비용이 더 저렴해서인가.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알고 보니 인도에서 처음 경작되었다고 하는 녹두. 기온이 높고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고 하니 인도에서 자라는 게 제격이긴 하다. (이미지 출처: Pinterest)


 베지테리언의 나라 인도. 그런데 알고 보면 채소 과일 위주의 식단이 아닌 곡물 위주의 식단으로 채식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카레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재료가 곡물이기 때문. 당연히 아주 다양한 곡물을, 그것도 유기농으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요즘에는 건강 때문에 밀가루보다 더 선호하고 있는 통밀의 경우, 우리밀(한국산)은 1KG에 최소 약 2-3천 원인데 인도에서는 유기농 통밀가루를 1KG에 7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심지어 녹두도 1KG에 4천 원 정도의 아주 저렴한 가격에 유기농을 구할 수 있다. 한국산 녹두는 1KG에 15천 원대. 인도 카레 중에는 녹두를 넣은 Green Mung Dal이라는 카레가 있다. 알고 보니 녹두의 원산지가 인도이고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이라고 하니 "오 인도에도 녹두가 있어?" 하고 놀랐던 게 조금 민망하다. 여하튼 한국에서는 비싸서 아예 살 생각조차 안 했던 녹두를 밥 지을 때도 넣어 먹고, 삼계탕에 넣어 끓이고, 갈아서 빈대떡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싹을 틔워 숙주를 키우기도 한다. 


 한때 슈퍼푸드로 엄청난 인기를 끈 병아리콩, 렌틸콩은 한국에서는 재배하지 않아 대부분 미국이나 캐나다 수입산을 사야 하지만, 인도에서는 인도산 유기농을 구할 수 있다! 병아리콩으로는 후무스와 팔라펠, 렌틸콩으로는 달 마크니(Dal Mahkani)를 만들어 먹으니 아주 대중적인 곡물인 것이다. 게다가 병아리콩은 인도가 최대 재배지라고 한다. 그래봤자 한국인은 밥 지을 때 넣어 먹는 게 거의 다지만 한국에서보다 몸에 좋고 다양한 슈퍼 곡물을 섭취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좀 위로가 된다. 

(이미지 출처: Pinterest)

 히말라야 하면 떠오르는 핑크 솔트. 대체 어디에 좋은데 한국에서도 그렇게 난리이고 치약에까지 넣나? 히말라야 핑크 솔트는 아주아주 옛날, 바다가 산맥으로 융기하면서 바다의 증발로 생긴 소금으로 일반 정제 소금과 다른 천연 소금이라고 한다. 일반 소금 대비 나트륨이 낮고 미네랄은 풍부해 건강에 좋은 소금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가뜩이나 방사능이나 미세 플라스틱 문제 등으로 소금 또한 오염되고 있다는데, 그런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소금이 아닌가 한다. 1KG에 2300원 정도면 핑크 솔트를 살 수 있다. 


 사탕수수나 야자수에서 추출한 비정제 설탕 재거리(Jaggery)도 인도가 유명하다. 정제하지 않았고 어떤 화학 물질도 포함하지 않은 천연 설탕인데 소화를 촉진시켜 주는 효능이 있어 인도 사람들은 요리할 때도 넣어 먹는 것은 물론 따뜻하게 차로 마시기도 한다. 나 역시 요리할 때 설탕 대신에 넣고 있다. 


 인도에서 특별히 싸고 좋은 식재료 중에는 꿀도 빼놓을 수 없다. 자연산 유기농 꿀을 250G에 약 3천 원 대면 살 수 있다. 올리고당 대신에 요리할 때도 쓰고 요구르트에도 넣어 먹고 부담 없이 마구 쓸 수 있다. 

(이미지 출처: Pinterst)

 인도에서 누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식재료 호사를 꼽자면 나는 부라타 치즈를 꼽고 싶다. 한국도 부라타 치즈가 많이 싸지기는 했지만 100% 수입이라 냉동 제품밖에 구할 수 없는 반면, 인도에서는 4천 원 정도 가격에 냉장 제품을 살 수 있다. 소들의 천국인 나라라 우유, 치즈, 요구르트, 버터 등의 유제품은 정말 싸고 맛도 좋은 편이다. 인도에서 양파 감자와 더불어 아주 저렴한 채소인 토마토와 함께 후추 걀걀 뿌려 샐러드로 해 먹기 좋다. 냉장이라 냉동보다 좀 더 부드럽고 크리미 하다. 


 이렇게 꼽아놓고 보니 식재료 중 고기 재료는 하나도 없어 과연 베지테리언의 나라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뭔가 특별하고 신기한 식재료가 없는 것 같아서 그 와중에 찾아내려는 나의 노력이 눈물겹기도... 그러나 어쩌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식재료 쇼크, 그리고 연일 강타 중인 미세먼지 쇼크 총공격에 맞서려면 이런 노력이라도 필요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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