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 and the City Season 1 SUMMER
기독교. 어느 순간부터 참 어색하고 불편한 말이 되어 버렸다. 기독교 신자, 소위 교회 다니는 애라는 색채를 내비치게 되는 그 순간. 혐오 분자로 분류되는 것이 당연해졌으니 말이다. 다양성과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며 자기들밖에 모르는 꽉 막힌 이들이 모여 숭상하는 종교. 자신과 다른 이들은 무조건 배척하는 이들의 종교. 아마 요즘 대한민국에서 인식되고 있는 기독교의 얼굴은 이런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어느 경연 프로그램에서 밀도 있는 비트 위에 빡빡한 라임의 랩을 뱉어내는 한 젊은이의 모습에 모두가 열광을 금치 못했다. 직접 작사한 랩 가사가 이런데도 말이다.
난 일시적인 세상의 것으로
움직여지지 않아
영원의 것을 영원히 따라
I wanna follow eternal love n peace n mind
Wanna eternal love n peace n mind
...
근데 얘들아 나는 저걸 따라가지 않아
더 가치 있는 걸 바라보지
영원한 걸 따라가렴
그럼 다 나를 따라올걸 아주 잘 알아
...
날 만든 신의 전지 전능함이 당연한 듯이
네가 내 실력보단 살아가는 삶에 대해 증오감을 갖듯이
아름다운 이 시간을
나는 이곳의 부정적 에너지에 집중하지 않아
내가 원하는 것들만 내 머릿속에 그리네 - Forever, BewhY
나는 메인스트림에서 이렇게 드러내 놓고 하나님을 노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치열하게 영혼의 문제를 고민하던 JYP가 이스라엘 여행을 마치고 발표한 <놀만큼 놀아봤어> 정도가 다였달까. 다른 음악 장르도 아니고 그것도 힙합 씬에서 ‘나는 하나님의 자녀요’ 하고 노골적으로 랩을 뱉어내다니. 래퍼로서 가진 본인의 정체성이 언더그라운드에서부터 확고하고 뚜렷했다지만 이건 나의 예상에서 한참 빗나간 일이었다. 그는 이렇게 적은 A4 두 장 분량의 랩을 오롯이 자신의 목소리와 호흡으로만 노래했고 결국 상대를 눌렀다. 작년에 회자된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를 ‘어차피 우승은 비와이’로 바꿔둔 채로. 비록 최종 우승까지 몇 번의 무대가 더 남아 있긴 하지만 지금의 기세라면 그의 우승은 이미 기정사실화 된 것이 아닐까.
포털 사이트 메인 페이지에 그의 무대 영상 링크가 항상 걸려 있고 조회 수는 날로 늘어가며 거리 곳곳마다 그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교회를 다니지 않던 사람들이, 무신론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그의 노래를 듣고 교회에 가고 싶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걸까. 소위 ‘개독’, ‘먹사’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지르는 키보드 워리어들에게서 이런 반응을 이끌어 낸 건 무엇 때문일까. 그에 대한 몇 가지 이유를 내 나름대로 생각해보았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그의 실력이다. 랩의 ‘ㄹ’도 모르는 내가 봐도 그는 정말 랩을 잘한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냐고? 우리는 이미 이런 것들을 수도 없이 봐왔다. 피겨여왕 김연아, 마린보이 박태환, 복면가왕 <우리 동네 음악대장>이 그랬다. 어느 날을 써서 회전의 도약을 받는지, 어떤 기술에 가산점이 많이 붙는지, 신체 반응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물속에서 몇 번 스트로크를 하는지, 고음과 저음을 어떻게 그토록 자유자재로 구사하는지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우린 모른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그들이 실력자라는 건 알 수 있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사 전달력은 물론, 랩핑의 발음과 속도, 라임과 작사 실력까지. 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다. 경연 프로그램에서의 팀 프로듀서인 그레이는 비와이라면 내가 그리는 그림을 다 그려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다(그의 팀의 다른 팀원들은 모두 탈락했고 지금의 비와이만이 유일한 생존자다). 다른 팀들이 무대를 ‘연출’한다면 그는 그저 무대에 서서 자신의 것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승리는 항상 그의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의 랩에 힙합 세계에 난무하는 스웨그(허세), 욕설, 디스(비방)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타고난 인성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단 그의 신앙이 인성에 미친 영향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나는 맞다고 본다. 얼마 전 있었던 디스전에서도 그의 랩핑은 상대인 씨잼을 무턱대고 씹어대는 것이 아니라 정말 친하기 때문에 허물없이 장난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실제 두 사람은 고등학교 동창이며 절친이라고 한다). 그는 무대에 오르기 전, 항상 기도를 한다. 그리고 그의 기도하는 모습은 늘 전파를 탄다. 사전 인터뷰에서 그는 결과를 하나님께 맡긴다고 말했다. 자신의 대결 상대이며 학교 선배이자 데뷔 선배인 보이비에게도 응원을 아끼지 않으며 서로 최고의 무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가 가진 확고한 신앙이 삶에 영향을 미친 것이 극명하게 드러났던 것이다. 소위 신앙이 있다, 하나님을 믿는다 말하는 사람들의 언행 불일치와 잘못 때문에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실망을 해왔던가. 자기가 노래하고 말하는 대로 실제로 신앙을 살아내는 삶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에게 지지와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예수님은 우리의 정체성을 빛과 소금에 빗대어 말씀하셨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 마 5:13~16
맛과 빛을 잃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고 원래 모습대로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세상은 감동하고 박수를 보낸다. 터부시 되는 하나님에 대해 말해도 그들은 그 말을 듣는다. 그저 배척하고 싫어하지만은 않더란 말이다.
이 시대에는 더더욱 말씀을 살아내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가 케이블에서 열심을 다해 싸우는 것처럼 실력과 신앙을 제대로 갖춘 지저스웨거(Jesuswagger)가 되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다.
+ 나는 비와이의 우승을 종방 때까지 응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는 예상대로 최종 우승자가 되었다.
_ SUMMER / '16 6월 / HATC Season 1 EP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