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높이에서

by 김주영


어릴 적, 옷장 안에서 깜빡 잠든 적이 있었다. 저녁이 다 되도록 내가 보이지 않자, 엄마는 동네방네 나를 찾아다녔다. 그러다 결국 옷장 안에서 잠든 나를 발견했다. 엄마는 나를 찾느라 얼마나 애가 타셨을까. 옷장을 열고 나를 발견했을 땐, 안도와 허탈함이 뒤섞인 웃음을 지으셨겠지.


그때 옷장 안이 편안했다는 느낌이 남아있다. 단정하게 개킨 이불 위에 웅크리고 누워있던 나는 안온했다.


어느 날 우리 집 고양이 믹희가 보이지 않았다. 집안 이곳저곳을 뒤지다 옷장 문을 열었더니, 그 안에 믹희가 조용히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빽빽이 걸린 옷가지 사이로 얼굴을 빼꼼 내민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릴 적 옷장 안에서 잠들었던 내가 떠올랐다.


“너도 어릴 때 나처럼 그곳이 좋은 모양이구나.”


고양이는 집안에서 자기 자리를 만드는 데 도사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불쑥 나타나곤 한다. 덕분에 나는, 몰랐던 공간을 새롭게 보게 된다. 내 눈길이나 손길이 미처 머물지 않았던 곳….


고양이는 특히나 높은 곳을 좋아한다. 집사들은 이런 고양이를 위해 어른 키 높이에 육박하는 캣타워를 들여놓는다. 우리 집에도 캣타워가 있음에도, 정작 고양이들이 즐겨 올라가는 곳은 따로 있다. 책장, 옷장, 냉장고, 에어컨 등 가구와 가전제품 위에서 고양이를 마주할 때가 많다. 그 위에서 도도하게 앉아 나를 쳐다보거나, 낮잠을 즐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는 사람의 곁이다. 고양이가 내 곁에 올 수 있게 나는 일부러 거실 바닥에 눕는다. 내가 누우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고양이들이 다가온다. 내 배 위로 오르는 아이도 있고, 내 허벅지에 자기 앞발을 올려 걸터앉는 아이도 있다. 내 옆구리에 붙어서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기도 한다. 그때 고양이의 눈을 바라보며 알게 된다. 내가 누워야 눈높이가 같아진다는 사실을.


앉아 있는 내 어깨 위로 고양이가 올라올 때도 있다. 내가 애써 눕는 수고를 덜어주기라도 하듯이. 그 순간 나는 인간 캣타워가 된다.


두 발로 걷는 종(種)과 네 발로 걷는 종이 눈을 맞추려면 두 발 종이 아래로 몸을 낮추거나, 네 발 종이 위로 올라와야 한다. 눈을 맞추기 위해 위아래로 움직이는 사람과 고양이의 동작이, 서로 교감하려는 부단한 율동 같아 아름답게 느껴진다.


집안에서 고양이가 자주 있는 공간을 따라가다가 고양이 눈높이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나도 고양이도 서로 같은 높이에서 바라볼 때, 평화롭고 고요한 순간이 찾아온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교감한다.


고양이와 살며, 나는 더 자주 눕는다. 그곳이 우리가 눈을 맞추는 자리이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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