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난간 위 고양이

by 김주영

결혼 전, 오래된 주공아파트 8층에서 아내와 고양이 둘, 강아지 한 마리와 살기 시작했다. 10년도 더 된 일이다. 아내가 길에서 어미를 잃은 고양이 두 마리를 데려와 키우고 있을 때였다. 이름은 아카와 시아로 아직 1년이 안 된 어린 형제였다. 그리고 아내가 키우던 장년의 푸들도 함께였다. 나는 이때 동물과 처음 살았다.


동물과 처음 살다 보니 모든 게 어색했다. 동물에 대한 애정보다 동물의 안전에 더 신경을 썼다. 동물을 돌보기보다 동물을 돌보는 아내를 지켜볼 때가 많았다. 더구나 공동주택인 아파트에서 동물과 처음으로 살다 보니 더욱 조심스러웠다. 이때 살던 곳이 복도식 아파트여서 아이들이 바깥으로 나갈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함께 살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휴일 아침이었다. 나는 산책하려고 현관문을 나섰다. 그 순간 고양이 시아가 열린 문틈 사이로 쏜살같이 뛰쳐나갔다. 얼른 나와 보니 시아가 복도 난간 위로 폴짝 뛰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너무 놀랐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고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시아에게 접근했다. 시아가 도망가려다가 자칫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숨죽이며 겨우 시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웬걸, 시아는 얼어있었다. 자기가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왔으리라곤 생각 못 했을 거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천천히 시아를 안아 들었다. 천만다행이었다. 시아는 내 품에 들어오자, 난간 위가 무서웠던지 갑자기 앵앵 울어댔다. 그 소리가 아파트 복도에 퍼져 나갔다.


그때였다. 옆집 문이 벌컥 열리더니 3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 한 분이 속옷 차림으로 나와서 황급히 주변을 두리번댔다. 고양이 소리를 듣고 자다 말고 나온 것 같았다. 추측하건대, 잠결에 고양이 소리를 아기 울음소리로 착각하고, 큰일이 난 줄 알고 뛰쳐나온 듯했다.


그 남자가 내 품에 안긴 고양이를 보더니, 긴장으로 동그랬던 눈이 바로 가늘어졌다. 무슨 상황인지 알았다는 듯, 멋쩍은 표정을 하고 나왔던 곳으로 다시 들어갔다. 순간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휴일 이른 아침에 곤히 자던 사람을 놀라게 했으니, 시아를 안고 재빨리 집으로 들어갔다.


그날 이후, 나는 아카와 시아가 고공 낙하하는 꿈을 여러 번 꿨다.


반려동물과 살면 때로 위험한 순간과 마주한다. 그리고 타인에게 의도치 않게 피해를 주는 일도 있다. 그래서 늘 조심하게 된다.


이날 알았다. 아파트는 반려동물에게 적합한 환경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 뒤로 나는 반려동물을 위해서라도 주택에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로부터 1년 뒤 우리 부부는 마당 딸린 단독주택을 알아보러 다녔고, 결국 지금은 시골에 자리를 잡았다.


지금 마당에 뛰노는 고양이들을 거실 통창으로 내다본다. 땅을 딛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평소보다 신나 보인다. (*)

keyword
이전 04화고양이 눈높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