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믹희

처음 장만한 집에서 만난 고양이

by 김주영

모든 인연이 특별하지만, 고양이 믹희와 우리 부부의 첫 만남은 남달랐다.


십여 년 전 여름이었다. 나와 아내는 새로 살 집을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 알아보러 다녔다. 마당 딸린 집을 찾고 있었는데, 돈이 넉넉지 않아 저렴하고 오래된 주택 위주로 살폈다. 그러던 중 가격도 적당하고, 알맞은 크기의 마당이 딸린 집을 발견했다. 사람이 산 지 오래된 듯, 앞마당에 이름 모를 풀들이 무릎 높이로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중개업자의 안내를 받으며 집 안 여기저기를 둘러본 아내와 나는 이곳이 우리가 원하던 곳임을 서로 눈짓으로 확인했다.


중개업자가 더 둘러보라며 자리를 뜨고, 우리는 마당으로 나왔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병아리처럼 작은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잠시 멈춰 귀를 기울였다. 담벼락을 따라 조성된 화단에서 나는 소리였다. 소리 나는 쪽으로 다가가자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 고양이가 무성한 풀 사이에서 애타게 울고 있었다. 우리의 인기척에 구조를 요청하는 것이라 직감했다. 아내는 망설이지 않고 양손으로 새끼 고양이를 조심스레 감싸 쥐었다.


그렇게 믹희는 우리와 같이 살게 되었다. 생애 처음으로 장만한 집에서 믹희를 만나 7년 넘게 살았다. 그리고 이곳 시골에 와서 4년 가까이 살고 있다.


믹희는 코리안 숏헤어로 고등어 색 줄무늬가 몸통과 얼굴을 각각 절반쯤 덮고 있다.


믹희는 우리 집 열두 고양이 중 세 번째로 나이가 많다. 노년층과 청년층 사이에 있어, 어릴 적엔 자기보다 어린 고양이들을 잘 돌봤다. 우리와 살기 시작한 지 1년이 채 안 돼 새끼 고양이들이 하나둘 늘었는데, 그때마다 믹희는 아이들을 안아주고 핥아주는 데 열심이었다. 그 모습이 마치 어린 시절의 나 같았다. 삼 형제 중 첫째였던 나는 부모님이 늦게까지 일하는 동안 동생들을 챙기고 집안일을 도맡았다. 일찍이 책임과 의무에 매였던 그 시절이 믹희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믹희는 동생 중 특히 달희의 응석을 잘 받아줬다. 달희는 우리와 살기 시작하고 지금껏 다른 고양이들과 지내는 걸 어려워한다. 그런데 유독 믹희에게는 다정하게 붙어있는다. 자는 시간을 빼면 거의 하루의 반 이상 붙어있는다. 믹희의 목 주변 하얀 털이 누르스름하게 바랬는데, 달희가 믹희 목을 너무 자주 핥거나 깨물어서 생긴 자국이다. 다른 고양이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동생을 챙겨주는 믹희가 마치 속 깊은 사람의 마음을 닮은 것 같아 대견하게 느껴진다.


고양이도 사람처럼 각기 다른 성격을 지녔다. 사납거나 순하거나, 까칠하거나 애교스럽거나, 예민하거나 낙천적이거나, 서로 대비되는 기질로 우리 집 고양이들을 분류할 수 있다. 물론 모두 내 기준일 뿐이다. 성격으로 보면 믹희는 무던하다고 할 수 있다. 다른 고양이에게 사납거나 까칠하게 굴지 않는다. 고집을 피우는 경우도 잘 없다. 화분을 파헤치거나 유리컵을 깨뜨리거나 사람을 할퀴거나 하는 말썽을 피운 적도 없다. 한마디로 ‘바른생활맨’ 느낌이다. 그런 면에서 믹희는 나를 많이 닮았다.


믹희의 가장 큰 매력은 울음소리다. 믹희가 자기를 봐달라며 소리 내면, 어디서 작은 종소리가 울리는 듯하다. 조용하면서 가늘고 짤막하게 “냥~‘하고 운다. 아내는 믹희의 소리를 들으면 힐링이 된다고 한다. 믹희의 소리에 가만히 집중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는 자연스레 손을 내밀어 믹희를 쓰다듬는다. 그러면 믹희는 만족스러운 듯 더욱 부드럽고 낮은 소리를 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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