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성
우리 집 고양이 라희는 세 발로 걷는다. 뒷다리 하나가 없기 때문이다. 뒷발 하나로 바닥을 밀어 앞발을 내디디느라, 걷는 모양이 마치 토끼 같다.
3년 전 가을, 라희의 오른쪽 허벅다리에 악성 종양이 발견되었다. 다리를 잘라내지 않으면 온몸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했다. 하릴없이 다리를 잘라내야 했다. 당시 수술을 진행했던 수의사 말로는 다리를 절단해도 종양이 재발할 수 있다고 했다. 수술 후에도 몇 개월 못 살 수 있다며 우리 부부에게 마음의 각오를 받아뒀다.
수술이 끝나고, 네 발로 걷던 라희가 세 발로 걷기 시작할 때, 우리는 라희의 경과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다. 다행히 라희는 3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라희가 겅중겅중 걷는 모양을 볼 때마다, 낙천성에 대해 생각한다. 라희의 치유력과 회복력은 모두 낙천성 덕분이라고 나는 여긴다. 라희는 언제나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우리 부부를 대한다. 우리가 라희에게 손을 내밀면, 자기 몸에 닿기도 전에 고로롱 소리부터 낸다. 그만큼 우리를 좋아한다는 표현이리라. 마음이 구겨졌을 때, 라희가 옆에 있으면 금방 펴지곤 한다. 라희의 낙천성이 사람에게 전염이 된다.
우리 집 고양이 가운데 제일 나이 많은 고양이 룩희는 종종 라희를 해코지한다. 라희가 눈에 띄면 쫓아가 물곤 한다. 조용했던 집안에 라희의 새된 소리가 울려 퍼지면, 우리는 황급히 달려가 둘을 떼어놓는다. 주변 바닥에 라희의 털이 한 움큼씩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런 일을 당하면 주눅이 들 만도 한데, 라희는 우리 손에 머리를 비비며 금세 해맑게 돌아온다.
라희는 아기 때 아내가 동물보호소에서 데려왔다. 당시 라희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내가 병원에 데리고 다니면서 돌봤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우리와 가족이 됐다. 올해로 같이 산 지 9년이 됐다.
라희는 아메리칸 쇼트헤어나 벵갈 고양이에 가깝다. 갈색 털에 짙은 초콜릿색의 줄무늬가 있다. 라희를 볼 때마다 막대 아이스크림 와일드바디가 떠오른다.
라희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라희의 매력이 동그란 얼굴과 통통한 몸으로 생각하지만, 우리 부부는 안다. 라희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은 낙천성이라는 것을.
라희는 세 발로도 가볍게 살아낸다. 나는 그 낙천성에 삶의 자세를 배우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