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근무 시간에 정전된 적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정전에, 사무실에 있던 이들이 모두 놀라 우왕좌왕했다.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느라 두리번댔고, 어떤 이는 스마트폰 손전등을 켰고, 어떤 이는 상황을 살피느라 분주했다.
나는 책상에서 일어나 다른 부서 상황을 보러 복도를 가로질러 여기저기 돌아봤다.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놀란 마음이 점차 설렘으로 바뀌는 걸 알 수 있었다. 바닥을 내딛는 발의 힘이 한층 가벼워졌다. 지금, 이 상황이 왠지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전으로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즐거움보다 예기치 않은 멈춤의 순간에 묘한 쾌감을 느꼈다. 다른 이들도 어둠에 점점 적응하자, 이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 공적인 공간에서 두르고 있어야 할 의복(儀服)이 걷혔다고 할까? 내 몸이 허락했다면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마치 뮤지컬 영화의 주인공처럼 율동에 맞춰 펄쩍펄쩍 뛰어오르고 싶었다. 나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부서 간 칸막이 사이를 유영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기가 복구됐지만 이 정전으로 일상의 감춰진 틈을 봤다. 익숙한 흐름이 갑자기 멎을 때, 새로운 것이 발견되곤 한다. 일상은 가끔 정전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