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피부에 닿는다

햅틱(haptic)

by 김주영

우리는 종종 시각적인 경험을 촉각적으로 표현합니다.

따가운 눈총, 뜨거운 시선, 눈에 밟힌다, 이런 표현이 그렇습니다.


청각도 예외는 아닙니다.

까칠한 목소리, 부드러운 선율, 따뜻한 말투.

귀로 들었지만 마치 손에 닿은 것처럼 표현합니다.


시각과 청각은 대상과 직접적인 접촉 없이 정보를 얻는 감각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마치 피부에 와닿는 것처럼 말하곤 합니다.

생각해 보면, 빛과 소리는 각각 눈의 망막과 귀의 달팽이관에 실제로 닿습니다.

보이지 않을 뿐, 시각과 청각도 접촉이 이루어지는 셈입니다.


영어에는 ‘터치(touch)’와는 뉘앙스가 다른 ‘햅틱(haptic)’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햅틱은 핸드폰 진동처럼 스마트기기의 기술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점자(點字)를 손끝으로 읽는 경험처럼, 촉각을 통해 정신이 영향을 받을 때 우리는 그것을 ‘햅틱’이라고 합니다.

햅틱은 접촉을 넘어 정신과 감정까지 아우르는 촉각적 경험을 말합니다.


공포영화를 보다가 소름이 돋는 것도 햅틱의 한 예입니다.

눈으로 보았고, 귀로 들었지만, 그 감각은 결국 피부로 전달됩니다.

보고 듣는다는 것은, 결국 접촉하는 일입니다.

영화는 그래서, 피부에 닿습니다. (*)

작가의 이전글목소리에 대한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