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목소리도 저마다 다릅니다.
목소리의 차이는 몸의 다름 때문에 생기기도 하지만, 고유의 음색에 의해 더 확연해집니다.
독특한 톤, 억양, 강세, 장단, 호흡이 서로 미묘하게 차이가 나죠.
사람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악기라고 할까요?
목소리는 말하는 사람의 심리를 전합니다. 그래서 거짓말 탐지기는 목소리를 통해 신체 변화를 감지합니다.
사람의 표정은 포커페이스로 내면을 감추지만, 목소리는 내면을 잘 숨기지 못합니다.
듣는 상대나 분위기에 따라 목소리의 뉘앙스도 변합니다.
들뜬 목소리, 신난 목소리, 확신에 찬 목소리, 침통한 목소리, 경건한 목소리….
전화기의 발명으로 목소리는 단독성을 부여받았습니다.
목소리의 존재감이 확장되었다고 할까요?
대면(對面)해야 했던 목소리가 대면 없이도 우리 곁에 다가옵니다.
라디오는 목소리에 의한 미디어입니다.
라디오의 목소리를 통해 종종 우리가 느끼는 정서는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은 친근감입니다.
그러나 라디오 목소리가 친근감만을 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2차 세계대전 라디오에서 울려 퍼진 독일의 히틀러와 일본의 히로히토 목소리는 자국민을 결속했습니다. 때로 목소리가 권위로 작동합니다.
목소리가 리듬을 타면 노래가 됩니다.
목소리가 소망을 담으면 주문이 됩니다.
목소리는 듣는 귀가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그래서 목소리와 귀는 한 쌍입니다.
결국 인간의 존재는 타인을 전제합니다.
나의 목소리가 공기를 진동시켜 타인의 귀에 도달하는 상상을 하면, 조금 더 다정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나의 귀에도 가장 듣고 싶은 목소리를 내면 타인도 좋아할 겁니다. 서로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순간,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