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복궁 경회루에 숨어있는 비밀코드
경회루 건축에 있어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연못을 왜 이리 크게 했을까 하는 연못 크기와 누각을 왜 연못 안으로 넣어 세웠을까 하는 점이다. 이것은 경회루 규모와 크기 결정에 대한 궁금증과 연결된다.
만약 경회루와 연못의 기능이 연회 장소나 휴식을 위한 것이라면 굳이 지금과 같은 규모나 크기를 고집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위치를 보자. 경회루 옆에 정전인 근정전이 있다. 이는 경회루가 근정전과 관계성을 가진다는 걸 말해준다. 경회루는 접대나 휴식 외에 매우 중요한 실용적 기능이 있기에 근정전 옆에 세워졌다. 그것은 화재방지 기능이다. 근정전은 경복궁의 상징이고 왕권의 표상이므로 화재로 전각이 소실되면 그냥 전각하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왕권이 흔들리는 심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숭례문 화재가 누각 소실 이상으로 전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것은 그것의 상징성과 그로 인한 상실감 때문이었다.
근정전의 화재를 방지하는 기능이 경회루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경회루 연못을 크게 조성한 것이다. 근정전 같은 큰 전각의 화재를 방지하려면 비상시 불을 끄기에 충분할 정도의 저수량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려면 연못의 크기는 그걸 감당할 정도 되어야 한다.
이는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와 비교해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부용지 근처엔 중요한 큰 전각이 없다. 후원은 휴식 공간 기능 외에 다른 기능이 없기에 연못은 물놀이 수준의 크기면 충분했다. 그래서 동서 34.5m, 남북 29.4m로 아담하다. 그리고 부용정 정자 또한 연못의 규모에 비례해서 한쪽 기둥(다리)을 못 안에 넣고 다른 한쪽은 땅에 걸치는 半水半地의 형태를 띠어 운치를 더하게 세웠다.
경회루 못의 면적은 동서 128m, 남북 113m로 약 4,410평이다. 못의 규모는 근정전 등 주요 전각의 화재 시 불을 끄기에 충분한 저수량을 고려하여 잡았을 것이다. 이는 경회루의 규모가 정면 7칸(34.4m), 측면
5칸(28.5m)의 중층 건물로 1층의 바닥 면적이 288평에 달하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즉 경회루의 규모는 못의 면적에 비례하여 잡은 것임을 말해준다.
이를 근정전과 비교해 보면 근정전은 정면 5칸(30m), 측면 5칸(21m)으로 1층 바닥면적이 197평이다. 즉 경회루가 근정전 보다 규모가 크다는 뜻이다. 궁의 정전보다 누각의 규모가 더 크다는 것은 화재 방지라는 실용적 기능을 고려한 것이리라.
자, 그럼 두 번째 의문. 경회루는 왜 못 바깥에 세우지 않고 못 안으로 들어갔을까. 창덕궁 후원의 부용정처럼 다리의 반은 땅에, 또 반은 물속에 넣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