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제일의 건축, 경회루(6)

- 경복궁 경회루에 숨어있는 비밀코드

by jskim

경회루의 조영원리 六六禳除法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육육양제법은 무엇인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6×6=36으로 (火氣)를 다스려 없애는 법칙이란 뜻이다.
이 말은 경회루의 주요 기능이 화재방지에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아래 하도를 보면 맨 아래 검은 점 여섯 개가 보일 것이다. 방위로는 북쪽으로 이 6은 물은 의미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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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경회루의 2층은 3중의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는 하도의 구조와 같다고 한다. 즉 2층의 정중앙은 3칸으로 임금의 어칸이며 하도의 중앙을 의미하고 황제의 자리이다. 숫자로는 위 그림에서 보듯이 5와 10의 자리이며 흙을 상징하는 土의 자리이다. 이것은 경회루 2층이 하도의 원리를 바탕으로 조영 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시 정학순의 설명을 들어보면
"경회루는 돌기둥 48개를 써서 세워 35칸이 되게 정했고 중궁은 모두 15칸으로서 오십 土를 상징한다. 중궁으로부터 사방을 보면 제각기 세 겹으로 되어있어 뚜렷하게 하도와 동일하다."

이 원리를 발견한 사람은 정학순이란 인물이다. 그는 다산 정약용의 5촌 조카로 고종 대 사람이다.
273년 만에 경복궁이 중건된다는 소식을 듣고 평소에 경회루 조영원리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정학순은 어느 날 저녁 폐허가 된 경복궁을 찾았고 돌기둥과 초석만 남은 경회루 터에 가서 유심히 관찰한 후 집에 돌아와 수개월동안 주역을 연구하고 이 원리를 발견하였으며 그걸 <경회루전도>라는 책에 집필하였다. 이때가 경복궁이 중건되기 시점인 1865년이다. 그러니까 경회루 중건 시점에 책을 집필한 것이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
이런 타이밍이라면 오늘날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것이다. 책을 영건소에 드렸다는 발문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경회루 중건 때 육육양제법을 사용해 조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학순은 벼슬이 없는 초야의 선비인데 순전히 경회루 초석만 보고 조영원리를 주역을 통해 풀고 이를 그림으로 그려 설명한 <경회루전도>와 <경회루36궁지도>를 만들어 이를 경복궁 영건소에 제출하였다. 대단한 학구열이고 애국심이 강한 학자라 할 수 있다. 현 경회루 실물을 보고 그가 쓴 육육양제법을 적용하면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보아 영건소에서 그의 설을 채택한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물론 육육양제법이란 용어는 정학순이 만든 개념일 것이다. 다만 정학순은 태종 대 경회루를 처음 만들 때 박자청이 주역의 원리를 채용한 것으로 믿었다.

정학순이 쓴 <경회루전도> 는 필사본으로 2종이 전하는데 하나는 국립중앙도서관에, 또하나는 일본 와세다 대학에 소장되어 있다. 그런데 조선 조정에서 편찬한 <경복궁영건일기>도 와세다대학에 있다. 도대체 우리나라 귀중도서들이 얼마나 일본으로 유출되었을까. 목제 건축에서 화재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경복궁 곳곳에 화기를 제어하기 위한 주술적 상징체계를 심어놓은 것에서 알 수 있다.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강녕전과 교태전은 침전이다. 불은 대게 침전에서 잘 일어난다. 그래서 강녕전과 교태전 현판은 墨本에 金字로 글씨를 새겼다. 묵은 검은색이고 검은색은 물을 나타낸다. 그리고 전각이 완성되면 상량문을 넣는 상량식을 한다. 그때 상량문과 함께 부장품을 넣는데 은제로 육각형을 만들어 모서리마다 물 水자를 새긴 육각판 5개, 한자로 물 수자 안에 龍字를 1,000개 새겨 넣은 그림 두장, 용을 먹으로 그린 그림 1장을 들보 주변에 넣었다. 실제 2001년 근정전 중수공사를 할 때 공사 참여자 156명의 명단이 기재된 상량문과 함께 이 유물들이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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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각형도 물을 의미하고 또 모서리에 물 水자를 6개 새겼다. 6을 상징 코드로 사용한 것이다.
은판이므로 은은 흰색이고 흰색은 오행으로 서쪽이고 금의 방위이다. 물은 방위로 북쪽이고 水의 방위이다.
이를 오행으로 풀면 金生水이다. 물을 만들어내는 원리이다. 육각판의 재료인 銀은 물이 마르지 않도록 끊임없이 물을 생성해 내는 상징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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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란 글자를 물 수자 안에 1000개 써 넣었다. 근데 2본을 넣었다고 한다. 용은 꼭 2개나 둘을 넣었는데 이는 숫자 2가 오행의 두번째로 불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물과 불을 상징하는 상극 코드를 같이 넣어 물이 불을 제압토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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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묵으로 용을 그린 그림도 나왔다.)

경회루는 경복궁에서 소방수 같은 역할을 한다. 저수지라는 물리적 요소가 있고 경회루 자체가 물의 조영원리인 숫자 6을 건물로 형상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기우제를 경회루에서 지냈다. 실록에 보면 기우제를 지낼 때 도마뱀 1000마리를 잡아 이를 물에 담그고 지냈는데 이는 도마뱀이 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석척기우제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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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복궁 광화문 양쪽 협문에 그려진 하도와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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