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석굴암의 미스터리

- 석굴암 석굴의 세계유산 등재 30주년에 대한 담당자 상념 -

by jskim



1995년 12월 석굴암/불국사 등 우리의 문화유산 3건이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올해가 2025년이니 꼭 30년 전의 일이다. 당시 그 업무를 담당하고 추진했던 나도 초로의 나이가 되었다. 무슨 일이든 전례가 없는 것을 처음으로 하는 것은 모험이고 쉽지 않은 일이다.

한창 젊은 시절 마침 역사학도였던 내가 그 업무를 맡게 된 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인연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석굴암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문화유산이란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석굴암 석굴을 볼 때 화두와 같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맴돈다. 그것은 창건에 관한 것이다.


석굴암과 불국사의 창건자는 경덕왕 대의 재상 김대성이다. 김대성은 본명이 김대정으로 745~750년 1월까지 4년 7개월 간 신라의 중시(재상)를 역임했다. 불국사 창건 착공 연대는 742년과 751년 두 개의 설이 양립한다. 만약 751년 설(교과서 내용)을 채택한다면 재상에서 물러난 후에 불국사와 석굴암 건설 공사를 시작한 셈이다. 여하튼 김대성은 774년에 사망했으니 대략 66년을 살았고 43세 경에 두 사찰의 창건을 추진한 것이 된다.


여기서 문제는 동일인이 거의 동시에 두 개의 대형 사찰을 창건한 것이니 이는 처음부터 사찰의 성격을 다르게 설계 기획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장소는 같은 토함산의 정상과 중턱이다. 불국사는 목재 건축으로, 석불사는 석재 건축으로 구도를 잡았다. 그렇다면 불국사는 현의 세계를, 석불사는 유의 세계를 구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대에는 현세는 짧고 내세는 영원하다고 생각해서 왕궁은 목재로 지으나 신전은 석재로 튼튼하게 짓는 것이 고금의 통례이다.


그렇다면, 불국사는 일반 백성도 출입이 가능한 개방형의 사찰로 지은 것이며 석굴암은 내세의 영혼이 머무르는 유의 세계를 구현한 것으로 소수의 사람만 출입이 가능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둘 다 일반인이 드나들었다면 굳이 두 개의 사찰을 지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즉 석불사는 개방형이 아닌 밀폐된 신전의 기능이라는 말이 된다. 유의 세계란 그윽하다는 뜻으로 어두운 내부를 상정했다고 본다. 자고로 신전을 환하게 짓지는 않는다. 다만, 신성한 신전이므로 빛이 들어갈 수 있게 설계했을 것이다. 그윽하다는 뜻은 어두운 가운데 신상에는 빛이 특정한 시기에 들어가 숭배의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의미이다. 이는 이집트의 아부심벨 사원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유산 제도 탄생의 계기가 된 아부심벨 사원은 아스완 댐의 건설로 원 위치로부터 180m 이격되고 강변에서 60m 올라간 자리에 인공 산을 만들어 57m의 굴을 파 들어가 신전을 조성하고 지성소를 두었다. 그런데 여기에 1년에 두 번 햇살이 투입되어 신상을 비춘다는 것이다. 실제 보지 않았으나 현지인 말이 그렇다. 나는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석굴암은 동악인 토함산 정상에 동쪽을 향하여 석굴을 만들었다. 만약 굴 안으로 햇볕이 들어갈 수 있게 하지 않았다면 굳이 바닷바람이 세서 훼손이 될 수 있는 동향으로 그것도 바람도 센 정상 부근에 신전을 지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햇살 신화를 신뢰한다.


정리한다면 석굴암 석굴은 전세의 부모를 위해 천궁을 모티브로 한 신전으로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유의 세계를 구현한 것으로 현의 세계인 불국사와는 기본 구도와 설계 자체가 다르게 접근했다. 김대성은 생전에 석굴암은 완공하고 불국사는 완성하지 못했다. 742년 착공설을 채택한다면 김대성이 774년에 사망하였으므로 소요기간이 32년이고 751년설로는 23년이 된다. (물론 기록에 불국사 착공연도는 있으나 석불사 착공 연도는 없다.)


여하튼 이런 화두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석굴암은 미스터리이고 신비롭다. 그것이 김대성이 후세에 남겨놓은 그윽하다는 의미의 유의 세계인지도 모른다.

BandPhoto_2025_07_30_20_16_04.jpg
BandPhoto_2025_07_30_20_19_26.jpg
BandPhoto_2025_07_30_20_40_08.jpg
BandPhoto_2025_07_30_20_16_21.jpg


BandPhoto_2025_07_30_20_16_32.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용장사 석불은 진짜 고개를 돌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