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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by 레알레드미

사람들은 선한 행동을 공기와 물처럼 자신의 당연한 권리로 여긴다. 하지만 불친절함을 겪으면 그 선한 태도가 자신을 배려한 고마운 마음이란 걸 알게 된다.

내 옆자리의 J는 지나던 사람이 불러 세워 길을 물어볼 만큼 친근하고 선한 인상을 가졌다. 그런데 그 장점이 때로는 남들이 함부로 대하는 단점이 되기도 했다. J는 남들에게 쉽게 보이는 게 화가 날 때가 있다고 했다. 그날도 나이 드신 분이 길을 묻고는 잘 못 알아들으셔서 3번이나 말했는데 화를 내며 가셨다며 나에게 하소연했다. J는 당하는 순간에도 남의 눈치를 보는 자신이 짜증 난다고 말했다. 사실 그런 친근함이 그녀의 매력이라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그녀지만 많은 정보 등을 소통하며 유쾌하게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불만이 이해되었기에 나는 그녀의 고충에 공감의 끄덕임을 보냈다.


J가 내 책상에 놓인 OOOO라는 책을 보더니 "이 책 읽으셨어요? 어떠셨어요?"라고 물었다.

"그러는 너는 이 책 어땠는데?" 되려 내가 질문했다.

"작가가 돈 벌려고 억지 감동을 쓴 거 같아요. 감성팔이용책 같다고나 할까?"

"나도 그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요즘 세상이 각박하다 보니 판타지형 감동 유발이 대세라서 그런지 시중에 이런 책이 많고 유행하나 보다."라고 말하면서 "J, 제법 예리한걸"라는 칭찬도 얹었다.


"독후감 서비스에 그렇게 솔직히 썼더니 이 책 작가의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내용의 평가서가 왔어요. 나쁘게 읽은 나를 비판하는 느낌이 들어서 앞으로는 그렇게 쓰지 말아야겠어요."

"아니야, 세상에는 다양한 생각이 있고 독후감을 솔직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해."

내 말에 J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이상하게 감정이 없어 보인다는 그런 멘트에 상처 입어요. 사실 MBTI가 T라서 타인의 감정에 둔감하기도 하고요."


"얼마 전 글쓰기 강좌에 가서 편집자로 일하는 분의 강의를 들었어. 질문 시간에 어떤 분이 친구가 자신이 쓴 책을 읽고 평을 해달라고 해서 솔직하게 말했다가 손절당했다면서 어느 정도의 느낌을 얘기해 줘야 할지 강사님의 의견을 말해 달라는 요청이었어. 강사가 말하기를 자신은 상대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고 솔직히 말한대.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T라서 그럴 수도 있을 거라면서, 차라리 그 사람과 지금 손절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라고 하더라. 그런 사람과는 어차피 성향이 달라서 헤어지게 되어있다면서. 일찍 관계를 끊는 것이 잘된 일이라고 말이야. 그리고 글을 봐 달라는 의도가 잘 썼다는 칭찬을 받으려는 의도였다면 평가해 달라는 말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면서. 언젠가 의견 충돌로 멀어질 사람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더라고. 나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어. 자신이 읽어서 좋았다고 너의 비평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해. 그러니 너도 남의 눈치 보면서 적당히 네 말과 행동을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래도 저는 신경이 쓰이는걸요. T 유형은 공감을 잘 못하는 유형이 맞으니까요. 저는 가끔 소설을 읽고 감동받는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 소설을 읽다 보면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읽으면서 기가 빨리는 느낌이거든요. 저번에 S 언니가 날씨가 너무 덥다는 거예요 그래서 전 에어컨 틀면 되지 그렇게 말했어요. 그랬더니 T 발 에어컨 틀면 시원해지는 건 누가 모르냐? 내가 말하는 건 정말 덥다는 공감이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화를 냈어요. 나는 왜 이렇게 공감력이 떨어지는 걸까 엄청 반성했다니까요."

"뭐 그럴 수도 있지 사람이라는 게 다 같을 수는 없잖아. "


"또 이런 일도 있었어요. 저번에 Y가 손가락에 붕대를 하고 왔더라고요. 당연히 얼마나 아프냐 물었어야 했는데 왜 다쳤냐가 굉장히 궁금하더라고요. Y가 당근을 썰다가 다쳤다고 말했어요. 그 순간 당근이 얼마나 단단하면 칼이 안 들어갔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얼마 전 Y가 제주도에 갔다 온 생각이 든 거예요. 혹시 그거 제주도 당근이었니? 그렇게 묻고 말았죠. 그랬더니 Y가 말하기를 언니가 나랑 같은 T라 공감 못할 줄은 알았지만 너무 섭섭하다면서 앞으로 우리 같은 T 유형은 공감이 안 가면 무조건 상대방의 말을 재차 따라 하면서 섭섭함이라도 줄여주자 그랬다니깐요."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으니... J야 넌 공감을 못해도 해결책을 있으니 그걸로 충분해."


J의 MBTI 활용법은 내게도 큰 교훈이 되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 NBTI로 상대와 나의 차이점을 안다면 서로에게 부드럽게 스며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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