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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선

by 레알레드미

익을수록 휘어진 알곡의 가녀린 허리

장바구니 들고 카바레에서 춤바람 났지만

멀리서 그 노란 싹수는 폭신한 카스텔라 같았다


잇몸에 보들보들한 그 들판을 베어 물고 싶었다

황금빛 무분별한 젊음이 속절없이 나부끼면

갈대의 노파심은 하얗게 다님길로 휘었다


가을볕에 바삭하게 구운 쿠키 같은 나뭇잎

흐슬부슬 붉은 대지에 먹히기 직전에

샛노랗거나 새빨간 거짓말은 산 정상에 오른다


울긋불긋 속기 직전의 꿈이 가장 황홀한

가을은 마음을 내장까지 홀랑 벗겨먹고

찬바람 속에 헐벗은 짐승을 던져버린다


허기에 구겨진 엽서처럼 겨울을 견딘다면

버려질 쓰임새를 애도하는 눈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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