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난 모과향이 처절하게 향기로왔다
굳은살이 스스로 번제가 되어 타올랐다
모과향은 상처가 깊을수록 더 짙어졌다
엄마가 첫 임종기도를 거절하셨다
아직은 천국에 갈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눈은 불안과 공포의 검은 말들이 날뛰고
고통이 온몸을 맷돌로 갈아대도 수녀처럼 꿋꿋했다
반신불수의 몸으로 밥을 챙긴 남편과
아직 세상을 떠돌며 일하는 미욱한 딸,
태를 끊은 순간부터 도맡아 키운 손녀들
자신의 손길이 닿아야만 하는 집안일들이
지상의 많은 의무들, 그 굴레를 벗지 못했다
죽음이 먼 길 같았지만 동전의 뒷면 같았다
뒤집으면 반드시 그곳에 가까이 있었다
임종기도 후 엄마는 상처가 깊은 모과 같았다
노란 얼굴에 생긴 짙은 황갈색 반점이
커다랗게 동심원의 그늘을 늘려가면서
맑고 깊고 그윽한 향기를 지니게 되었다
생에 집착했지만 가야 할 때를 아는 것처럼
남편과 자식과 며느리, 사위까지 한눈에 훑고 툭 끊어지던 결별
사월 어느 날 성큼 다가온 가을의 모과향 그렁그렁한 한 세계가 저물고 향기만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