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 비굴, 비참 세 쌍둥이가
분탕질한 나의 정원, 선량한 나무들
잔혹한 운명에 떨어진 못다 핀 꽃송이들
멀미가 나도록 거친 둔덕을 공중그네 뛰듯
덜컹거리며 뒤쳐져 간이역에 내린 나는
성냥갑에서 붉은 성냥을 꺼내 촛불을 밝혔다
내 모든 것이 완벽한 실패란 사실에
연민을 휘감은 자책과 절망이 밀려왔다
그때 더 이상 혼자가 아닌 촛불 속에서
당신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려는 비겁 앞에
무섭다고 눈을 감으면 더 무서워진다고
욕심을 내려놓고 겸허히 신앞에 나아가면
맞잡은 손금이 간절한 기도가 될 거라고
진정 어린 사과, 그 마음으로 무릎을 꿇는 건
비굴한 게 아니라며, 시간에 마침표는 없으므로
책임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딛게 될 거라고..."
가장 비참한 순간 찾아온 희망의 버팀목
신의 흩어진 퍼즐조각은 그렇게 맞춰져
절망에 사무쳐도 신과 동행임을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