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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날의 소중함

by 레알레드미

우울하고 짜증 나고

때로는 너무도 무료하여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저 견디며 가버린

평범한 날들

익숙하고 흔하여

개성이 없다고 건너뛴

기억상실의 날들

우리는 특별한 날들만

소중히 여기며

시간을 허비하지만

줄기의 시간들은

미래의 불안과 두려움으로

한 뼘, 한 뼘

과거와 닮은 일상을

가늘고 길고 단조롭게

한 뼘, 한 뼘

밋밋한 수액의 시간을 거쳐

꽃망울을 틔운다네

들쑥날쑥 행진하는

발자국 같은 이파리들

그저 숨 쉬는 일이

새파란 초록에 지친 삶이라면

꽃망울은 전쟁 같은 삶에 움튼

애틋한 위안일지니

우리가 특별함에

정성을 기울이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꽃 피운 찰나보다

견디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해.

매서운 북풍에

눈송이를 짊어진

가지가 없었다면

감정을 버리고 절제하며

참아낸 눈물이 없었다면

지우고 싶은 오욕의 시간을

한 뼘의 굳은살로 버티며

치열하게 이겨낸

단단한 옹이의

시간이 없었다면

어찌 꽃들이 저토록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을까

시간을 하찮게 여기며

살아내기 급급한 삶이 아니라

평범할 때조차 한 뼘씩

인습에 저항하는 특별함으로

비록 꽃을 피우지 못한

줄기의 시간이 반복이래도

단단한 옹이 속에

꽃송이를 숨긴

보통의 시간조차

오늘이 최후의 날인양

특별하고 소중하게 살아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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