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의 꽃

by 레알레드미

삼월의 망나니 바람이

동백꽃 위에서 춤춘다

어릴 땐 믿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라 생각했다

배신의 쓴 맛을 먹고 자라면

이 세상 그 무엇도

믿을 수 없어 괴롭다

뒤집힌 것을 뒤집는

두 배의 고통으로

믿는 것을 부정한다

하지만 믿을 수 있어서가 아니라

기꺼이 믿어버리는 위대함이

신념의 이상향을 만든다.

절두산 순교자의 피눈물이

동백의 넋에 깃들었다

툭! 제 목을 기꺼이

아케론 강물에 바친

때로는 죽음이 하나의 밀알

가장 숭고한 생명의 개화(開花)이다

월, 화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