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양복이 풀잎처럼 휘었네요

by 레알레드미

조롱조롱 품속에 안긴 가족들의
맛있는 식사와 행복한 일상을 위해
무작정 햇빛을 향해 달리고 있는
해진 구두 속 아버지의 곱은 발가락

부당한 일에 비굴해지는 인생은 싫지만
울타리 안에 제 자식을 품고자 사표를 찢는
고달픈 현실을 관통하는 짓무른 발도장이
가난을 슬퍼하는 아버지의 눈물 같아요.

막걸리에 취하신 아버지의 머리 위로
갈지자로 흔들리는 달빛의 술주정
고단한 어깨에 가족이라는 등짐을 지고
아버지의 낡은 양복은 풀잎처럼 휘었네요.

월, 화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