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트 구입 후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부는데 약간 힘이 들고 소리도 거칠며 둔했다. 청소 및 교정을 위해 플루트 전문 수리 업체를 찾느라 며칠이 걸렸다. 내 소중한 악기를 정직하고 말끔하게 청소 및 수리해주길 바랐다. 악기 수리는 알고 지내는 데로, 또는 소개받은데로 찾아가라고 한다. 왜 그럴까? 장난이라도 치는 걸까? 악기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비싼 악기일수록 정직하고 정성스럽게 다루는 가게를 찾아야겠지.
음악 연주의 거리인 서초동에 와보니 악기 판매뿐 아니라 수리 업체가 매우 많았다. 눈에 띄는 건물마다 악기 수리나 악기 연습실이었다. 국제적으로 수리 공식 자격증이 몇 개나 되는 수리업체를 겨우 찾았다. 골목에 위치하고 평점도 좀 높았다. 발품 팔아서 겨우 찾아가니 그 주변에 악기 판매나 연습실이 또 얼마나 많은지. 악기의 거리답다. 소중한 보물 내 악기를 잘 봐달라고 비싼 수리비도 깍지 않고 맡겼다. 2일 후에 오란다. 바로 오늘이다. 사장님 왈
" 아, 이 악기구나. 어쩌죠? 제가 너무 바빠서 열어보지도 못했네요. 지금 곧 해드릴게요. 시간 반만 주세요."
순간 너무 당황했고 기가 막혔다. 사장님 혼자 다 처리한단다. 그래도 그렇지. 약속을 그렇게 어기다니. 차라리 날짜를 여유 있게 잡으면 오기 힘든 나도 가다릴 수도 있었는데. 사장님도 정말 바빠 보이긴 했다. 건물 1층엔 수리점, 2층엔 지도실, 3,4층엔 연습실. 전체를 혼자 운영해 나가는 듯했다. 직원을 둘 정도로 사업이 잘 되는 것도 아니겠고. 누가 그리 악기를 연주할 것인가. 전공자 외에는. 난 전공자는 아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평온한 마음으로 안정된 정서를 갖고자 고른 악기가 플루트이다. 얼마나 곱고 아름다운 선율인가. 늘 그렇게 생각했다. 어쨌건 플루트 분지 10여 년 정도 됐고 앙상블 팀에도 들어갔다. 매일 짬을 내서 조금씩 연습하곤 한다. 아름다운 곡의 선율을 조금씩 느껴가면서.
잠시 일탈했다. 수리 건으로 돌아오자. 플루트는 전부 분해해서 각 키들을 세심히 닦고 다 맞추어 정확한 음을 내야 하는 아주 정교한 작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수리기간이 며칠 걸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한 시간 반 만에 해준다고 한다. 어찌 불안하지 많을까. 내 소중한 악기라서 정성스럽게 다루고 깨끗이 사용하느라 늘 공들였는데. 제대로 잘 될까..
지금 그 동네 골목 카페에 와서 커피와 아몬드 쿠키를 시켜놓고 시간 반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다. 넓지 않은 카페 분위기가 참 고즈넉하고 따듯하다. 친철한 점원아가씨와 조용한 실내가 맘에 든다. 모처럼 커피를 마시며 핸드폰을 보면서 한가하게 즐기고 있다. 브런치 글도 읽어가면서.
시간이 다 되어 악기 가게로 갔다. 사장님이 방금 끝냈다고 하시며 플루트를 건네어준다. 깨끗하고 매끈한 악기가 마치 새로 구입한 것 같다. 부드러운 힘을 줘가면서 불어보니 고운 소리가 난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악기를 복원하다니 참 대단하다고 느끼며 비용을 치르고 나왔다. 종종 이용하고픈 가게를 잘 알아냈다는 만족감으로 발걸음이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