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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기

by 김 화밀리아

마음이 이끄는 데로 솔직 담백하게 글로 담아내는 것이 쉽고도 어려운 작업이다. 말보다는 언어로써 내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오해 없이 간결하고 말끔하게 정리되는데 말이다. 머릿속엔 온갖 복잡한 상념과 갖가지 스토리로 가득 차 있고 뇌 밖으로 증발하기 전에 어떻게든지 기록해 놓고 싶어 지지만 막상 펜을 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게으름은 아니다. 다음으로 아니, 좀 더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할 때 써 보자고 미루고 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내 할 말이 술술 풀려서일까. 글 쓰는데 필요조건은 아닌데 말이다.

주말 오전엔 산책 후 남편과 함께 동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지난주 또는 앞으로의 일을 논의하고 잡담 나누는 것이 습관처럼 즐기게 되었다.

지금도 커피를 홀짝거리며 휴대폰으로 글을 쓰고 있다. 한쪽 귀로 남편의 말을 건성으로 들으며 달콤한 음악소리에 맞춰 마음 가는 대로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브런치는 계속 경고를 받고 있어도 선듯 써지지 않은 글은 어렵게 완성되어 가는 듯하다.

좀 성의 있고 정성이 가득한 삶을 꾸려가고자 다짐하건만. 시간 탓 안 한다. 내 주위에 널브러진 게 시간인데 말이다.

은퇴 후 더 여유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가 물으면 딱히 뭘 한다고 말할 게 없다. 하는 것 없이 바쁘다.

한 잔의 차와 숨 돌려 주변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 아니다.

늘 이어지는 행동들, 그냥 조용히 앉아있는 것이 왠지 불안한, 바삐 움직여야 사는 것 같은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다. 뭔가를 했다는 실적을 봐야 하는, 음악을 들으며 청소하거나, 어학 방송을 들르며 빨래를 개거나 그림을 그리더라도 유익한 건강 유튜브를 켜놓는 등 다중 행동을 하고 있어야 사는 것 같다. 왜? 정서적 불안일까? 욕심일까?

멍 때리는 명상의 시간을 남들은 참 가치 있게 잘 보낸다. 사실 바쁘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마음의 평정을 찾고서 침착하게 대처하는 모습도 본다. 빨빨거리는 성격과 차분한 성격의 차이일까? 성격 급한 사람이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은 실적을 내고 더 풍부한 인생을 누리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관련 책을 읽어보면서 일상의 소소한 것에 너무 신경을 써 삶을 지탱하는 정신적 여유를 놓치고 살아가고 있음을 절절이 깨닫는다. 천천히, 내려놓으며 걸어가자. 가다가 앉아 쉬어도 된다. 어디를 그리 급히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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