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박물관에서의 모임은 너무 행복해
같은 분야에서 종사하고 지역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으며 서로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이 만나면 더할 나위 없이 힘이 되고 즐거움이 배가 되는 것 같다.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이런 분들과의 만남은 생활에 활력이 되고 힘들 땐 큰 힘이 되곤 한다.
근무지가 집에서 먼 곳으로 발령되어 아는 사람 없이 좀 어색한 환경을 맞닥뜨렸을 때 직무 관련 회의 참석이나 공통 과제 해결 위해 자주 만나게 되면 정이 두터운 모임으로 결성된다. 우리는 각 근무지의 센터장들로서 때로는 직원들과 속 시원히 터 놓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서로 격려하고 정을 나누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 추억에 힘입어 지금도 절기별로 만나 마음을 나눈다. 두 명이 동기이고 한 명은 나이 어린 후배, 또 한 분은 노장으로서 대 선배님이시다. 그 선배님은 피아노를 부전공으로 하시고 성악도 잘하시며 음악적 소양이 풍부하신 분이다. 우아하고 부드러운 말씨로 늘 다정다감하시나 때론 카리스마적인 성격으로 적극 추진하시며 아주 활달하시다. 직접 운전하시면서 그 멋진 만남의 장소로 이끄시는 분은 그 선배님이시다. 나이 어린 우리는 그냥 따라만 가면 환상적인 코스가 펼쳐진다. 화끈하시고 상대방을 배려하시면서 따끔한 조언도 멋지게 풀어놓으신다.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 있는지 늘 감탄하지만 살아오신 삶의 지혜를 보여주시는 것이리라. 유머와 세련된 감각으로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시고 후덕한 인심으로 늘 베푸시며 아름다운 감성에 안목도 매우 높으시다. 늘 하시는 말씀은 아무나 사귀지 않으신단다. 역시 세련되고 감성 풍부하며 똑똑하고 야무진 후배들에게 또한 배울 점이 많다 하시며 우리들의 품격을 한 층 높여 주시기도 하신다. 만남은 늘 즐겁고 힐링되며 위로가 되고 너무 빨리 지나가는 시간이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 넷 중에서 제일 먼저 퇴임하셨고 여전히 음악과 스포츠 등에 관심을 보이시며 아름다운 일상을 보내시고 늘 우아하고 정갈하시다. 만날 때마다 우리들을 얼마나 반가워하시는지, 또 우리들과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리신단다. 그분은 수요일마다 악기박물관에 가셔서 매번 음악에 관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강좌나 연주회 등에 참여하신다. 북한강을 바라보는 양평에 위치하고 넓은 뜨락과 예쁜 정원, 맛집 레스토랑까지 겸하고 있어 강동 송파에 거주하는 우리들로서는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만남의 장소로도 최고라 할 수 있다. 모두가 퇴임한 요즘 절기 모임의 장소로 만장일치로 정해버렸다. 지금까지 네 차례 정도 수요일 특별 연주회에 참석했다. 시기별로 다양한 연주회가 개최되는데 성악, 피아노, 현학기, 관악기 등 다양한 예술인들이 수준 높게 진행한다. 국내 유명 대학 졸업 후 유학까지 다녀온 젊은 예술인들을 비롯해 꽤 정평이 난 중견 음악가, 그들의 실험적인 발표 등 다채롭게 진행되는 연주들을 듣고 있노라면 감흥에 흠뻑 젖어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연주되는 음악에 모두가 몰입되어 정적의 순간이 흐르는 분위기에 매료된다. 그 감흥이 며칠 동안 지속되어 계속 그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그 순간들을 회상하노라면 삶이 감사하다. 연주 후 박물관 건물 옆 레스토랑에서 맛난 점심을 먹으며 우리들의 못다 한 정담을 즐기며 또 다른 행복을 만끽한다. 매혹적인 음악 감상과 멋진 장소의 고상한 품격과 정신적 고양을 맛보는 수요일 모임을 조용히 기다리는 나는 늦은 나이에도 약간씩 맛보는 예술적 승화를 꿈꾼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