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도선우
힘이 약하면 대충 넘어가지
그냥 편승해서 편하게 살아가지. 눈에 띄지 않게 구석에 처박혀 조용히 지내면 되지. 혼자보다는 여럿이서 함께 뭉쳐 힘을 과시하며 다니지. 그러면 안전할 텐데... 시작은 너무 비천하나 의지와 꿈은 너무나 숭고한 것이었다.
비천한 태생, 버림받은 고아
주인공 장태주는 공중화장실에서 여고생 몸에서 태어나 세상과의 조우 시점부터가 남과 달랐다. 버림받은 비천한 삶을 고아원에서 시작하였고 부패와 온갖 부조리가 자행되는 사회, 강자는 몰상식한 행위들을 함부로 해도 괜찮은 사회, 협작과 사기 등을 가까이에서 수시 접할 수 있는 사회, 이런 사회 속에서 어릴 때부터 몸소 부딪치며 살아간다.
관행처럼 여겨지는 공갈, 갈취, 협박, 부정 상납 등이 사회 구석구석 스며있어 신음하면서 힘없이 살아가는 약자들이 치이는 가운데에서도 어느 구석진 곳에서는 정의의 빛이 꺼지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실낱같은 희망을 주인공의 삶을 통해 작자는 암시하고 있다.
장태주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구석진 음지에서 웅크리고 지내며 세상으로부터 무관심 대상으로 은둔자 삶을 자처하고 살아간다. 자신은 비천한 출생으로 이미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사생아로서 일그러진 세상을 바라보며 누구 하고도 대화를 나누지 않는 외톨이 생활에 젖어있다. 오로지 책과의 만남이 일과였으며 독서로 얻은 지식과 자아의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며 암울한 인생이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고아원 밖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작은 시회, 초등학교에서 또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은 결손 가정의 아이에서 비롯되고, 교사들의 차별적인 지도로 비천한 존재임을 더 확인받았다.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을 인간 장태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없는 고아원 출신, 비천한 신분, 양아치,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할 존재, 쌍스럽고 폭력적인 존재로 낙인찍는다. 존재의 가치를 철저히 부정하고 어떤 가망성도 없는 최하층민의 대물림으로 여긴다.
자아 인식과 최고의 일격으로 인생이 역전되다
장태주는 사회는 자기를 부정하고 거부하며 정의가 없고 진실이 가려지며 편협하고 완전 부조리로 엉켜있는 사회를 바라보게 되고 세상과의 단절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 속에 갇혀 지낸다. 독서와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자연의 이치와 섭리는 나름대로 일정한 규칙과 동기로 비롯됨을 스스로 인식하고 자신만이 삶의 철학을 일찍부터 다져나간다. 그러다가 인생 대 전환점을 마주하게 된 계기는 자신의 약점을 철저하게 야비하고 비겁하게 들쑤시며 괴롭히는 오재호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최적의 일격을 가한 사건이다.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급소를 찌르는 정확한 무력 행사가 장태주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뀌게 한다. 학교의 일진이 되고 막강한 권세의 모함에 소년원에 들어가게 되며 그곳에서 평생의 은인인 담임 공민주를 만나게 된다. 공민주의 가족이 됨으로써 처음으로 가정의 사랑과 온기를 맛보며 권투선수로서의 자질을 익혀나간다. 권투선수로서의 미래보다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가족의 삶이 너무나 큰 충격이었고 그 둥지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으며 생전 처음으로 삶의 가치를 가족이라는 누나, 할아버지, 담임으로부터 느끼게 된다.
누구에 의해 물거품이 되었을까
담임과 담임의 장인인 할아버지의 지도 관리로 정확하고 철저한 권투 생활을 하게 되고 결국 모든 경기에서 최고의 영예를 안기게 된다. 세계 챔피언까지 올라가지만 권투 세계의 부조리와 비 원칙, 돈의 위세 등으로 인한 부당한 처리, 약자들의 피해로 상처를 입게 되고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들도 모두 잃게 된다. 인명을 앗아간 사고 또한 부실공사로 인한 것이었으며 부당 시정을 요구하는 개인의 요구는 말살되고 불의와 권모술수가 정당화되는 부패 사회를 또 마주하게 되면서 장태주는 힘없는 자신의 무력함을 느끼게 된다. 세계를 제패했던 자신의 부귀영화도 부당한 사회에게 뺏기게 되면서 자신의 입지도 불안한 상황에 처하면서 어릴 때부터 무수히 느꼈던 사회에 대한 배신감을 뼈저리게 느끼며 비통해한다.
현실 속 적응을 못하는 장태주가 문제 인간일까,
아니면 정의롭게 원칙과 이치에 맞는 세계가 현실 불가능한 걸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공정하고 깨끗하고 실력에 따라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장태주 같은 순수한 인생을 이 세상이 용납 못하는 것인지.
돈을 등에 업은 권력의 위세, 그럼으로써 나약한 인간들을 억압하고 삶의 터전을 빼앗는 사회가 여전히 통하는지.
약자는 평생 약자로 강자 밑에서 숨죽이며 살아가는 것이 그저 속 편하고 당연한 것인지.
움직이는 한 그래도 꿈과 희망은 있다
모든 명예도 성공도 마다하고 오직 가족만을 챙기려 했던 순수한 장태주의 인생을 그려보면서 작가는 아마도 사회에 희망을 던지고 싶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더불어 함께 우애를 나누는 이웃과 소박하게 꿈꾸며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을 은연중에 그려내고 있다.
마지막에 세상에 대한 저주를 퍼 부우면서도 담임의 체육관을 재건하면서 삶을 이어나갈 장태수로 하여금 실날같은 희망을 암시하고 있다. 사랑과 우애와 정의가 살아있는 세계가 반드시 오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