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슬링 vs 8자붕대
동네 정형외과에서 쇄골 골절 진단을 받고 황망히 병원을 나서려는 내게, 간호사가 “이거 하고 가셔야죠” 하며 불러세운다. 그리곤 팔걸이(Arm Sling)를 직접 매어주었다. 이걸 착용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이웃들은 내게 어쩌다 다쳤나며 더운데 고생한다고 안타까운 표정과 미소를 지어보였다. 연로하신 부모님께는 아직 알리지 않았다. 실은 비밀로 할 생각이다.
어깨 슬링을 해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팔이 늘어지므로해서 골절부위가 받을 중력을 최소화하여 어긋남이나 골절 간극이 더 벌어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다친 어깨를 움직이지 않게 고정해주는 기능을 한다. 가시적으론 ‘난 골절환자니 나와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해주세요’ 란 뜻이지만, 그럼에도 밖에 나갔다가 (무심한 아저씨들의 어깨에) 부주의하게 밀쳐지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외출 자제 중이다. ㅠㅠ
팔을 움직이지 않고 옷을 입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남편 옷 중에 가장 큰 걸로, 앞섶이 단추여밈인걸로, 거의 주워입다시피했다. 보조기를 푼 채 아픈쪽 팔부터 겨우 겨우 끼워 넣어야 입을 수 있기에 씻을 때만큼 조심스럽다.
다른 여성분들이 입은 쇄골이 한껏 드러난, 다치기 전엔 관심도 없던, 민소매 원피스가 얼마나 탐나고 예뻐보이던지 출근하는 남편을 붙잡고 눈물까지 한바탕 쏟았다.
부러진 뼈가 이 어설픈 장치 하나로 잘 고정될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기왕이면 디자인이 좀 더 예쁠순 없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러나 한여름에 슬링을 메고 일주일 정도를 지내본 지금은 너무 답답하고 더운 천 재질이 제일 거슬린다. 차라리 광목을 끊어다가 내가 직접 삼각건을 만들까싶을 정도이다.
안되겠다싶어 쇄골 골절시 착용하는 보조기를 검색해보니 내가 하고 있는 어깨 슬링 말고 8자붕대(Figure of Eight Bandage, FoE)가 있다. 특히 쇄골이 부러진 아가들이 천사날개인냥 하나씩 차고 있는 사진들도 많이 보이고. 간편해보이는게 왠지 내가 한 것보다 성능이 더 좋아보이는데 의사가 내겐 왜 이걸 안줬을까 궁금했다.
어깨보조장치와 그 효율에 관련한 논문들과 자료들을 찾아서 읽어보니 쇄골 중심부 골절(midshaft fracture)시 비수술 치료법으로 8자붕대를 사용하지만 일반적인 어깨 슬링과 기능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대신 8자붕대는 부상 초기에 사용할시 다친 부위에 부담을 줄 수 있고 겨드랑이 쓸림과 압통을 유발한다고 한다. 주치의의 조언 하에 골절 부위와 정도에 따라 적절한 어깨 보조기를 선택하는게 가장 이상적일듯 하다.
내 경우는 앞으로 한달 이상 팔걸이를 착용하고 생활해야하니 여분으로 하나 더 구입해서 샤워할 때도 써야겠다 싶어서 보니, 인터넷 할인가가 병원에서 산 가격의 1/3이다. 병원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니 이제사 뭐 어쩔 수 없지만 이런 상황도 아프니까 참 서럽다.
p.s. 인터넷 몰에서 산 새 어깨 슬링 (사이즈 라지)는 내게 살짝 작은 듯. 이전에 내가 하던거에 비해 천 재질은 가벼웠는데 어깨랑 허리 둘레 끈이 좀 딱딱하고 무겁다. 손가락 고무줄도 이건 그냥 허리 끈이랑 같은 소재의 끈으로 되어있고 앞쪽 벨크로 오프닝이 없어 아픈팔을 끼워넣어야한다. 딱 만족스럽진 않다.
커버 이미지 출처
Broken Collarbone In Children - Causes, Symptoms & Treatment (어린이 쇄골 골절 환자 증상과 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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