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바이크에 처음 올랐을때 빙판을 가르듯이 노면을 타고 매끈하게 앞으로 나가던 느낌을 기억한다. 또 얼마전 라이딩으로 다녀온 팔당댐, 땀 흘린 후 호로록 먹는 초계국수의 시원하고 달큰 새콤한 맛. 그리고 사고 직후 이삼일간 자려고 누우면 떠오르던 아찔한 낙마의 순간. 남편과 함께 자전거 타는걸 많이 좋아했기에 이 모든 감각적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고 아프다.
국내외의 자전거 라이더들에게는 어깨로 넘어지는 낙차 사고 발생시 쇄골 골절은 다소 빈번한 부상 종목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이 부상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겪어보니 정말 맘고생 몸고생 가족고생ㅠㅠ
개방골절이나 분쇄골절, 분절골절, 오구인대가 끊어진 쇄골 원위부의 복합적인 골절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수술을 받게되면 골절 부위에 따라 금속 플레이트를 나사못으로 뼈에 고정하거나 와이어로 같이 묶는 수술(Open reduction and internal fixation, ORIF)을 진행하는데, 이때 어깨 위나 쇄골 위에 약 10cm 정도의 상처가 남게된다. 골진이 나온 후 뼈가 완전히 굳어지는 상태에 따라, 개인차가 있겠지만, 약 1년 안에 플레이트 제거 수술을 다시 받아야한다. 그리고 수술 후엔 힘겨운 재활 치료도 남아있다.
여자이고 골절의 전위도 나쁘지 않고 해서 수술보다는 비수술로 6주 정도 치료를 진행해보자고 주치의가 말했을때 정말 이대로만 잘 나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내가 여자라는 걸 강조하고 싶은 날은 나도 쇄골이 살짝 드러나는 디자인의 옷을 입곤했다. 유치할진 모르지만, 수술하면 그런 옷을 못입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자 눈물이 펑펑 났었다. 이것보다 어깨가 제 기능을 잘 찾아가는게 더 중요하단걸 잘 알면서도. 필시 부상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였던게 분명하다. ㅜㅜ 우울해지지 말자, 이만한 것도 천만다행이다. 반드시 뼈는 아물것이고 지금 한창 불어나는 내 몸도 다시 예전같이 fit해질테니. 모든건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다.
어깨 보조기를 벗을 정도로 나으면 하고싶은 것들을 적어본다. 앞섶에 단추 안달린 옷 입기, 치실 사용하기, 시원하게 머리감기, 앞뒤로 살살 팔 저으며 걷기, 그리고 집 안팎에서 고생하는 우리 신랑 두 팔로 꽉 안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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