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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엠 Oct 06. 2016

두 바퀴로 만나는 홍콩

자전거 길을 따라가니 사람들이 보인다.

드디어 바람이 시원하고 습도도 적당한 계절이 돌아왔다. 사실 날씨에 상관없이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홍콩에도 많이 있다. 어떤 이는 그 복잡하고 좁은 홍콩에서 안전하게 자전거 탈 곳이 과연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영화 '첨밀밀'에서 주인공들이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침사추이의 캔톤 로드(Canton Road)를 지나는 로맨틱한 장면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영화 "첨밀밀"의 남녀 주인공은 캔톤 로드에서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며 마음을 나눈다.


 실제 캔톤 로드의 모습. 점심배달하는 자전거가 아니고서는 이런 번화가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보기는 매우 어렵다.


홍콩에서 자전거를 타기 좋은 곳은 따로 있다. 우리의 국토교통부 격인 홍콩 운전서(運輸署, Transport Department)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각 지역에 조성된 자전거 트랙을 지도와 함께 상세히 볼 수 있다. MTB 마니아라면 지정된 공원 내의 MTB 트래일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필자는 주로 타이포(Tai Po)에서 시작하여 해안길을 타고 사이언스 파크(Science Park)를 돌아 나오는 코스를 즐긴다. 홍콩의 자전거 길에서 실제로 자전거를 타보니, 노면과 주변 관리 상태가 꽤 양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도를 따로 보지 않아도 길을 따라 설치된 안내도를 따라 안전하게 라이딩을 할 수 있다. 또한 가이드와 함께하는 사이클링 투어도 마련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길.


필자가 종종 찾아가는 타이포(Tai Po) 자전거 트랙의 지도. 여기서 출발하여 사이언스 파크에서 돌아오는 코스를 좋아한다.


홍콩에서의 여행 중에 볼거리가 많이 남은 상태에서 열일을 제쳐두고 자전거를 타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자전거 길은 어떻게 조성되어 있는지, 또 그 길을 따라 펼쳐지는 로컬 사람들의 소소한 생활모습은 어떠한지 경험해보고 싶다면 한번 해 볼만 하다.


타이포(Tai Po)에 있는 자전거 렌탈샵. 보통 하루 빌리는데 50~90 홍콩달러, 좋은 자전거는 그보다 좀 더 비싸다.


필자는 타이트한 홍콩 생활에 알맞은 접이식 자전거(Folding Bike)를 하나 구입했다. 자전거를 가지고 홍콩 지하철(MTR)을 이용할 경우, 자전거 앞바퀴를 탈착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접이식 자전거의 경우엔 이러한 과정 없이 그냥 접기만 하면 돼서 매우 간단하다.


자전거를 구입하기 전에는 샤틴(Sha Tin)과 타이포(Tai Po)에 있는 자전거 렌탈샵에서 그때그때마다 빌려서 타곤 했다. 일반 자전거는 한 대당 50~90 홍콩달러를 내면 하루 종일 타게 해주는데, 괜찮은 MTB의 경우엔 150 홍콩 달러 정도는 줘야 했다.


처음에는 홍콩의 자전거 도로 사정에 익숙하지 않아서 구입을 미뤘지만, 더 늦었다면 후회할 뻔했다. 자전거로 달리며 만나는 홍콩은 또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높다란 아파트 촌을 벗어나 도심 외곽에 형성되어있는 작은 마을을 경험한다거나, 자동차나 보행자가 다니지 않는 오직 자전거만 달릴 수 있는 길을 따라 마음 놓고 페달을 밟는 기분은 참 자유롭다.  


홍콩의 자전거 트랙을 여유롭게 달리고 있는 필자


몽콕(Mong Kok), 야우마테(Yau Ma Tei), 셩완(Sheung Wan)과 같은 번화가뿐만 아니라 주거지역 가까이에도 고가의 유명 자전거 브랜드 샵부터 생활 자전거 샵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자전거 상점이 들어와 있다. 이런 샵에서는 헬멧과 장갑, 물통, 자전거 부속품들이나 의류(져지)도 함께 판매한다. 그리고 리페어 샵도 함께 운영되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 국내 자전거 샵이나 온라인 샵에서의 각종 부품 거래가가 어느 정도인지 필자가 자세히 알지는 못하나, 홍콩에는 관세가 없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 곳 샵에서 좀 더 저렴한 가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홍콩 시내 4곳의 오프라인 매장을 둔 대표적인 자전거 편집 샵 Bull Bike. 자전거 애호가라면 여행 중에 잠시 들러가기 좋은 곳.


자전거 샵의 세일 기간에 맞춰 찾아가면 각종 부속품도 대폭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얼마 전인 9월 25일에는 18개국에서 4천6백 명(프로선수 200명 포함)이 참가한 제2회 홍콩 사이클로톤이 열렸다. 홍콩 도심에서 출발하여 구룡반도와 란타우 섬을 잇는 세계 최장의 현수교 칭마 대교를 건너는 대회였다. 대회 홍보를 위해 홍콩 관광청에서 이 대회에 참가한 한국 동호회(10인 이상 단체)에 참가비를 지원해주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마카오와 주하이를 연계한 대규모 국제적 행사로 키우려고 한다니 매우 관심이 간다. 이 대회의 흥행에 힘입어 향후 홍콩의 사이클 인구가 더욱 증가할 것은 분명해진 듯하다.


제2회 홍콩 사이크로톤 대회. 최대 50km를 프로선수들과 아마츄어 사이클 동호인들이 함께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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