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아마 나도 평균 이상으로 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에 속할 거다. 그중에는 휴양과 관광, 선교 또는 출장과 같이 목적이 있는 여행도 있었고. 무작정 떠난 뚜벅이 여행도 있었다.
나의 여행 가운데서 가장 감사했던 것은, 어디에서건 그곳 현지인들이 보여준 관대함이었다. 당신들의 호기심과 우려를 뒤로 한 채. 그들의 땅에, 공간에, 시간에, 나 같은 이방인이 들어가도록 허락해준 사람들. 그곳 모두에게는 익숙할 상황이나 매너가 낯선, 이방인의 마음을 읽어주고 보호하는 소소한 배려들로. 내 자신이 풍성하게 채워지는 것을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떠나기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나는. 분명 다른 존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