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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엠 Jun 29. 2020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 날의 엄마

나는

아무 촛점 없이

허공을 바라보던

엄마의 눈을 본 적이 있다


지금도 그 눈빛을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아프게

얼어붙는 기분


우울감이 유독 심했던

젊었을 적 나의 어머니


일찍 철이 난 아이들 셋이서

장난치고 웃으며

엄마와의 눈맞춤을 갈구했지만


엄마는 그저 잠시 응시할 뿐

백지같은 표정엔 어떤 의미도

변화도 없었다


그 서늘함은

내게도 오래도록 아픔이 되었다


억지로 더 명랑하려고

더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 쳤던 것도

엄마처럼 되지 않으려는 노력이었을 뿐


오늘

일흔이 훌쩍 넘으신

엄마가 보낸 우울한 메시지에

또 다시 내 가슴이 쿵쿵 무너진다


엄마, 아파요

제발 그러지 말아요...


아이처럼 작아진 내가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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