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시간은 그냥 흘러가는 법이 없다. 예를 들어 사랑에 처음 눈을 뜬 날과 같은 기억은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지 못할 것처럼 생생하다. <문명특급> 최근편에 출연했던 한가인 배우는 진심을 담지 않았던 순간은 머리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고. 같은 맥락에서 미하엘 엔데의 <모모>에서도 가슴으로 느끼지 않는 시간은 모두 없어져버린다고 했다. 진실했던 모든 모먼트들은 그렇게 잔해처럼 우리의 의식 속에 머무른다.
시간만큼은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는 말을 나는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내가 관계하는 사람들의 숫자만큼 나는 내 시간을 써야 하고.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고. 그만큼 오해나 상처도 늘어간다. 그래서 지금은 자연스레 멀어진 관계를 다시 이어 붙이려는 노력 따윈 하지 않는다.
자발적 방랑생활(누구는 디지털 노마드라고 하더라만)을 한 지 4년 차가 되면서. 자연의 시간에 맞춰 지내게 된 것도 사실이다. TV를 켜놓은 듯 시끄러웠던 머릿속이 서서히 정리되고. 습관적으로 고개 들어 하늘을 살피게 되었다. 마음에 큰 것을 담는 기분. 세상의 진심을 내 안에 담는 연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