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vs 프로이트
나는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제 깐부 할아버지가 진짜 프로이트 박사처럼 느껴진다. 연극 <라스트 세션>을 본 후로부터 말이다.
무신론자였으나 유신론으로 돌아선 나의 개인적 경험이 있었기에. C.S. 루이스 교수의 논리에 더 수긍했지만. 프로이트 박사가 던진 반론들도 매우 날카로워서. 연극이 끝나고 난 뒤에도. 답을 알지 못하는 내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다.
알지 못하는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신에 대해 두 지성이 팽팽한 대논쟁을 시작했을 때. 사실 나는 누구의 편도 들기 어려웠다. 유신론과 무신론이라는 평행선 위에 놓인 두 사람. 그들이 만났다는 극 중 설정만으로도 너무 벅찼기에, 내가 누구에게 더 동조하는가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다만 세상에서 가장 궁금했고. 누구에게 꼭 물어보고 싶었던. 유쾌하고 본질적인 물음들. 그것을 이 연극이 다뤄줘서 고마웠고. 그래서 커튼콜에서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다.
** 하버드대 교수인 아맨드 M. 니콜라이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가 이 연극의 근간을 이룬다는 것을 알고 난 뒤. 책을 구입해서 지금까지 정성스럽게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