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속초 해수욕장 방향으로 난 창을 열었다. 오렌지색 하늘과 바다가 품었던 해가 돋아 나왔다. 바람이 분다. 며칠동안 거세게 불었던 편서풍은 잠시 소강되었다가. 오후부터는 동풍이 되어 방향을 바꿔 불거란다. 속초를 떠나오던 날도 이토록 가장 신경이 쓰였던 것은 오직 바람이었다.
영덕에서 속초로 올라온 바로 다음날. 우리가 감탄해 마지 않으며 달려온 동해안 7번 국도가 불길에 휩싸인 장면을 뉴스에서 보고. 내 눈을 의심하며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만난 분들은 강원도 산불 소식에 제일 먼저 우리의 안위를 떠올렸다고 했다. 남편의 지인 중 한 분은 100년 된 본가의 고택이 전소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너무 안타깝다. 이제 화세가 거의 잡혔단다.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면 안 되지만 살아난 불씨가 행여 금강송 군락지 쪽으로 날아들면 다시 뚫릴 수 있어 지금도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한 노인의 인생은 마을 전체의 도서관이라는 아름다운 말이 있다. 나무 한 그루의 생애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숲의 역사이자 인간의 미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꼭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