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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엠 Oct 06. 2016

나르시스의 눈




청년은 자신의 얼굴을 사랑했다.




셀카를 찍으면 어느 각도에서건 완벽한 모습이었다.
세수를 할 때도 물에 비친 자기 얼굴에 감동해

그저 한참을 바라봤다.
거울을 보면서도 이렇게 잘 생긴 남자가

어디서 왔을까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에게는 한 가지 소원이 있었다.



카메라 렌즈, 물 또는 거울,

사물에 반사된 잔영이 아닌,

내 눈으로 내 얼굴을 직접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신에게 소원을 빌었다.

그래서 신은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그의 두 눈은 그의 손바닥으로 옮겨졌다.



그는 이제 매일 자신의 맨 눈으로

자기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신이 만들어 놓은 위대한 세상을

당당하게 고개 들어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은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 넓고 깊고 푸른 세상을 고개들어 바라볼 수 있는 두 눈을 가진 것이 감사한 오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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