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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엠 Oct 07. 2016

행운이 꽃피는 나무



옛 주인이 멀리 이사를 가며 나를 맡겼을 때

식물을 키워 본 적 없는 새 주인은 무척 난감해했다.



창가 아래에 그늘진 곳이 나의 자리,

오후 햇살이 드는 곳이라 그럭저럭 맘에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잊지 않고 주는 물로 목을 축였다.  



긴장을 풀고 나니 잎이 조금씩 자라면서 한 해가 지나갔고

좀 더 큰 화분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니 두 해가 지나갔다.

그렇게 세 해를 맞이하던 날,

나는 온 정성을 다해 기적처럼 꽃대를 올렸다.



꽃대를 발견한 새 주인은 옛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상황이라며 인터넷을 찾아봤다.



나는 흔하디 흔한 행운목이지만
내게서 핀 꽃은 아주 희귀하다는 걸 그제야 알았나 보다.



새 주인은 자기가 아는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나의 꽃이 자기에게 큰 행운을 가져올 거라며

들떠서 얘기했고 사람들도 부러워했다.



나의 꽃이 가져올 행운이란 건,

밤의 공간을 가득 채울 황홀한 향기와

그 향기를 기억하는 사람만이 가지게 될 그리움이기에

새 주인이 기대하는 행운도 그런 것인지

나로서는 그저 궁금할 뿐이었다.






 


행운이 꽃피는 나무, 행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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