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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엠 Jan 27. 2017

빨간 봉투

복을 부르는 홍바오(紅包)

설 명절에 세뱃돈을 받아본 게 언제였더라 싶은데 홍콩에 오니 매해 춘절 때마다 받는다. 그것도 다양한 디자인의 작고 예쁜 빨간 봉투(紅包, 홍바오)에 담긴 채로. 홍콩에서는 세뱃돈이 담긴 이 봉투를 라이 씨(利是, Lai See)라고 부르는데, 행운의 돈이 담긴 봉투라는 의미가 있다.

받는 건 아주 쉬웠는데 주는 건 너무 어색해서 홍콩에 온 후 몇 년간은 라이 씨를 나눠주는 것을 주저하였다. 그러다가 3년 전부터는 빨간 봉투도 개성대로 준비하고 지폐도 미리 바꿔놓고 있다. 빨간 봉투를 주고받는데도 예의가 있다. 꼭 두 손으로 주고받으며 "새해 부자 되세요(恭喜發財, Gong Hei Fat Choy)"라는 인사를 건넨다. 이외에도 아래와 같이 주로 네 글자로 된 인사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건강과 복을 빌어준다.


홍콩 사람들은 사진에 나온 어린이들처럼 손모양을 만들어 앞뒤로 흔들면서 새해 인사를 한다. 사진출처: Hong Kong Tatler

“新年快樂!” [Sun nin fai lok] … The ever important Happy New Year!

“身體健康!" [Sun tai gin hong] … Wishing you good health!

恭賀新禧!" [Gung ho sun hei] … Congratulations in the New Year!

大吉大利!" [Dai gat dai lei] … Wishing you good luck and prosperity!
"萬事如意!" [Man si yu yi] … Wishing you that everything will go your way!


교회에서 사온 큰 사이즈 라이씨 봉투. 복(福, Blessing)의 근원에 대한 설명서가 들어있다. 홍콩달러 20원에 10매를 구입했다.


가정에선 연장자가 가족들에게, 직장에선 상사가 직원들에게, 커플은 싱글에게 주는 것이 관례이다. 또한 아파트 경비원분들, 청소하시는 분들, 그리고 자주 가는 식당 종업원이나 단골 미용실과 같이 한 해 동안 서비스를 해주신 분들에게도 빼놓지 않고 드린다. 직장 동료들이 주는 경우에는 홍콩달러 20원 정도가 들어있는 게 보통이고 상사들이 주는 경우에는 100원에서 500원 정도로 액수가 좀 더 크다. 회사차원에서도 주고 거래처에서도 주는 경우도 있다.


빨간봉투 작은 사이즈 100매들이 한팩을 시내의 한 팝업스토어에서 홍콩달러 80원에 구입했다.


대개는 얼마나 친분이 있는가에 따라 홍콩달러 20원에서 100원 사이의 지폐 신권을 한 장 넣는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20원 지폐 두 장, 즉 40원을 넣는 것은 4가 중국어 발음으로 죽음을 의미하는 좋지 않은 어감이 있어 피한다. 금액별로 다른 종류의 봉투를 미리 준비해서 가방에 넣어 다니다가 춘절 당일부터 약 두 주 동안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된다.


타이쿠 플래이스(Tai Koo Place) 쇼핑몰에서도 춘절을 맞이하여 라이 씨 빨간봉투를 나눠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라이 씨에 사용하는 빨간 봉투는 삼수이포나 몽콕, 코즈웨이베이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팝업스토어나 상설매장에서 살 수 있고 은행에서 신권으로 바꿀 때 얻을 수 있다. 춘절 전에 장을 본 후 마트에서 무료로 받은 적도 있다. 쇼핑몰에서도 홍보차원에서 라이 씨 봉투를 나눠준다.


상설코너에 어린이들에게 줄 귀여운 그림이 그려져있는 라이씨 봉투도 따로 구비되어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세뱃돈을 주고받는 홍콩 사람들의 모습이 신선하기도 하고 큰 금액은 아니지만 다소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나를 위해 일 년 동안 봉사해준 분들을 기억하고 인사를 전한다는 데에는 큰 이의가 없다. 내가 받은 복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최근에는 위챗(WeChat)이나 페이팔(PayPal) 뿐만 아니라 HSBC 인터넷 뱅킹에서도 Red Packet 지불 기능을 제공하여 각광받고 있다. 아무쪼록 종이봉투건 전자봉투건 많이 나누시고, 모두에게 행복하고 감사가 넘치는 정유년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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