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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엠 Feb 10. 2017

홍콩의 화방으로 나들이

여기선 그림이 저절로 그려질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올 해에 가장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는 그림을 배워보는 일이다. 브런치에서 구독 중인 관심작가 분들 가운데 유독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많았던 덕분에 나는 지난해 동안 많은 감동과 영감을 받았다. 하루에 한 작품씩 꾸준히 포스팅하는 분, 그림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거나 화집을 내신 분 혹은 스튜디오를 시작하신 분까지. 참 존경스러웠다.


돌아보건대 나는 미술에 그리 재능이 있는 편은 아니었다. 다만 미술시간을 아주 좋아해서, 선생님께나 친구들에게 주목받는 일 없이, 혼자만의 세계에 젖어들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본격적으로 시간을 내어 화실까지 다니기에는 다소 부담이 된다. 그렇다면 그림도 독학이 가능할까. 내가 바라는 건 그저 내가 느낀 만큼 표현해내는 것인데. 유튜브에서 얼른 검색부터 해보았다. 과연 여러 나라의 미술 선생님들이 업로드한 어반 드로잉, 수채화, 파스텔화, 유화 등에 관한 튜토리얼이 가득 있었다.


그중에서도 어반 스케쳐 마크 타로 홈스(Marc Taro Holmes)의 수채화 데모를 보니, 나도 이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졌다. 이 분은 최근에 한국에서 출간된 "여행 드로잉 수업-나의 첫 어반 스케치"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유화에 비하면 재료가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예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아, 일단 수채화를 배워보기로 마음먹었다. 이 동영상 이외에도 다른 분들의 데모 몇 가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결과, 수채화 역시 화가의 개성에 따라 표현기법이 달랐고 그들이 주로 사용하는 물감에 따라 채도와 투명도도 달라 보였다.


그렇다면 내게는 과연 어떤 물감이 필요한 걸까. 너무 고가가 아니면서도 오랫동안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구입하고 싶었다. 또한 여행 갈 때도 간편하게 챙겨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내 욕구를 충족할만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니, 대략 반 고흐 혹은 렘브란트(네덜란드 제품), 사쿠라 코이, 홀베인(일본 제품), 쉬민케(독일 제품), 윈저 앤 뉴튼(영국 제품)에서 나온 고체 물감 세트가 있었다. 이 중에서 어떤 제품을 홍콩에서 구할 수 있을는지가 궁금하였다. 아니 그보다 내가 화방에 가서 뭔가를 구입한다는 게 여간 설레는 일이 아니었다.


물붓, 종이 또는 스케치북, 물감, 만년필을 구매 목록에 적어넣고 야우마테이(Yau Ma Tei) MTR역 C 출구 근처에 있는 CN Square를 찾아갔다. CN Square는 총 4층짜리 건물로 이뤄진 홍콩에서 가장 큰 문구점이다. 여기 3층 매장은 주로 전문가용 화구들로 채워져 있다.


야우마테이에 있는 CN Square 입구


수채화용 스케치북만도 브랜드가 매우 다양하고 사이즈도 여러 가지였는데-현재 15% 할인 중이었지만, 아직 어느 것이 내 수준에 적합할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살펴보는데만 한참이 걸렸다. 결국 고르지 못하고 A3 도화지(300g짜리) 4장들이 세트를 저렴한 순서대로 세 종류를 구입했다. 그리고 좀 더 공부해서 다시 스케치북을 사러 오는 걸로 결론지었다. 휴대용 드로잉북으로는 달러 로니의 에보니(Ebony) 스케치북을 골랐다. 물붓과 만년필은 가장 저렴한 것으로 샀다.


종류도 크기도 다양한 스케치북 제품들


드디어 휴대용 고체 물감 팔레트를 사려고 보니, 이 매장에는 반 고흐(van Gogh)와 렘브란트(Rembrandt), 홀베인(HWC), 파버 카스텔(Faber Castell), 윈저 앤 뉴튼(Winsor & Newton), 그리고 달러 로니(Daler Rowney)가 구비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나의 첫 물감으로 렘브란트 12색을 선택했다. 첫 번째 이유는 그동안 찾아본 리뷰에서 이 물감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고, 두 번째는 이 화방에 렘브란트 제품이 유독 많이 있어서 향후에 필요한 색상만 낱개로 재구매하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렘브란트 튜브형 물감들도 눈에 들어왔다.


재밌는 장난감을 손에 쥔 것처럼 집에 오자마자 사 온 것들을 펼쳐놓고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아,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다. 우선은 찾아놓은 유튜브 수채화 튜토리얼에 따라 컬러 테스팅을 해볼 생각이다. 또한 브런치 매거진을 하나 더 만들어 그곳에 그림에 관한 나의 성장 기록을 차곡차곡 남길 예정이다. 그리고 날씨가 좀 더 따뜻해지면 작년에 포켓몬고를 하며 누볐던 것처럼 홍콩의 거리 곳곳을 스케치로 담아내고 싶다. 잠시 머물면서 그림그리기 좋은 멋진 카페도 찾아볼거다. 내겐 여러모로 풍성해질 새 봄이다.


이제 어디서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수채화 키트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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